尹, 킹 사우드대 연설…“한-사우디, 새 분야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로”
66년 대학 역사상 첫 외국 정상 강연
[헤럴드경제(리야드)=최은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한국과 사우디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킹 사우드 대학교에서 ‘청년, 미래를 이끄는 혁신의 주인공’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변화와 혁신을 만들고 실천해가는 원동력은 바로 미래세대인 여러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킹 사우드 대학교는 1957년에 설립한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대학이자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가 졸업한 학교로, 오늘 강연은 대학 역사상 최초로 외국 정상으로서 한 연설이다.
윤 대통령은 “청년은 혁신적이고, 기득권 세력에 매여있지 않고 편견이 없다. 그래서 국가의 모든 정책을 입안하고 스크린하는 청년 보좌역들을 각 부처에 배치해서 정책의 동반자로 참여시키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청년이 ‘정책의 동반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채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30세 이하의 청년들이 인구의 63퍼센트를 차지하는 젊은 청년 국가”라며 “진취적인 사우디 청년들은 창업에 적극적이며,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대한 수용성도 매우 높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빈 살만 왕세자는 경제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청년과 여성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데 힘써 왔다”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미래의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사우디 양국이 수교한 지 61년이 됐지만, 두 나라 교유의 역사는 천 년 이상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랍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가 1154년 노르만 왕조의 로지에로 2세의 지원 하에 제작한 세계지도에는 유럽은 나오지 않는데 ‘알 신라(Al Shilla)’가 표기되어 있을 정도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교류 협력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역 70년 전인 1950년 초에 공산세력의 침략을 받아 그야말로 피비릿내나는 전쟁을 치렀으며,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상태에서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놀랄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며 “대한민국의 이러한 성장은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 정부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있어 가능했지만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에 고속도로 건설 등 인프라 협력으로 맺어진 한국과 사우디의 특별한 동반자 관계는 한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며 “한국은 이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고, 교육 분야에만 한 해 약 2억5000만 규모 달러의 원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는 인적 교류가 있을 때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0월 초에 세계 최대 규모의 K-컬쳐 페스티벌인 ‘케이콘 사우디아라비아 2023’이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며 “K-팝, K-드라마, K-푸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사우디의 청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보다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청년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체험하며,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사우디 학생들을 위한 정부 장학금 지원 확대와 첨단분야 및 여성 리더심 강화에 대한 한국 유학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이 더욱 큰 꿈과 포부를 안고 미래에 도전하기를 바란다”며 “여러분 가운데에서 역내와 세계의 평화를 진작하는 데 앞장서는 리더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여러분의 선조인 아라비아인들의 동서양 문물 교류에 선도적 역할을 했고 인류 문명의 발전과 풍요로운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여러분께서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자.
이어 윤 대통령은 강연에 참석한 킹 사우드대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K-콘텐츠의 큰 인기와 한국이 최빈국에서 단기간에 역사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비결 및 미래지향적인 한-사우디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강연에는 유스프 빈 압둘라 알 벤얀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장관, 바드란 알 오마르 총장 등 킹 사우드대 교원들을 비롯해 킹 사우드대 학생 2000여 명이 참석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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