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인데… ‘철근 누락’ 왜 LH에서만 나타났을까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2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23일 추가로 드러났다. 이로써 있어야 할 철근이 빠진 LH 발주 아파트는 붕괴 사고가 났던 인천 검단 아파트를 포함해 총 23곳으로 늘었다.
반면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 아파트나 다른 지자체 공사에서 지은 아파트에서는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없었던 것으로 정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LH의 ‘역량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민간 무량판 아파트는 ‘부실시공’ 없었다”
23일 LH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7월31일 조사대상에서 빠진 민간참여사업 단지 19곳과 자체 시행단지 11곳에 대해 긴급안전을 실시한 결과, 2곳에서 철근 누락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 단지는 의왕초평A3(준공 완료)와 화성비봉A3(시공 중)으로, 모두 LH가 자체 시행한 곳들이다.
이달 입주를 앞둔 의왕 초평 A3에서는 918개 기둥 중 46개 기둥의 전단보강근이 시공 과정에서 누락됐다. 2025년 6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 중인 화성 비봉 A3에서는 총 921개 기둥 중 28개 기둥의 전단보강근이 설계 과정에서 구조 계산 및 도면 표기 누락으로 빠졌다. 누락율은 각각 5%, 3% 수준이다.
LH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 약 3개월에 걸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LH는 ‘철근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한 실무자들이 보고를 임의로 누락했다’며 무량판 단지가 91곳이 아닌 102곳이었다고 실토했다. 철근 누락이 확인된 단지도 15곳에서 20곳으로 정정했다. 여기에 2개 단지가 또다시 추가되면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무량판 아파트는 총 23곳이 됐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해당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427개 현장에 대해 지난 8월부터 전방위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민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부실시공’이 확인된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공 중인 1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으나, 아직 철근작업에 들어가기 전이라 곧바로 보완·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준공된 단지 288곳에서는 철근누락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중 2개 단지는 설계도면대로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대 내 조사가 필요했으나 입주민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설계 상 최상층 일부 세대 천장에만 철근이 필요한 구조라 전반적인 구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왜 LH 아파트에서만 ‘철근 누락’ 있었나
LH 자체 시행한 단지에서만 철근 누락이 확인된 이유에 대해서는 단가가 낮은 ‘재래식 공법’을 채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별도의 대들보 없이 기둥이 천장을 바로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에서는 기둥이 하중을 견디는 힘을 높여주기 위해 주철근에 전단보강근을 묶어주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민간 아파트에서는 전단보강근이 배근된 구조물을 공장에서 만든 뒤, 이를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방식이다. 반면, LH 아파트에서는 현장에서 복잡한 배근 작업을 직접하는 재래식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LH 아파트의 경우 철근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낮다면 ‘부실시공’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공공기관인 서울주택공사(SH)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는 현장에 ‘드롭패널’ 보강방식(기둥과 천장 사이에 조그만 바닥판 형태의 보를 덧대는 보강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나, LH는 별도의 보강공법도 적용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LH는 가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공법을 선택하면서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각 건설 단계가 경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설계 변경이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건설현장에서는 설계·구조계산·시공·감리 등 각 주체들 간 유기적인 소통이 필수적인데, 총괄 발주처인 LH가 이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다보니 ‘철근 누락’과 같은 의사소통 실패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현장에서는 설계와 시공이 굉장히 분절적인 단계로 이루어진다”며 “민간 아파트에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이 진행되는 반면 LH 자체사업에서는 설계용역이 먼저 가고, 시공 용역이 뒤따라 가게 되는 구조(다보니 소통이 어렵다)”고 했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으로 공공주택 공급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LH의 ‘관리역량 부재’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LH의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건설안전관리강화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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