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 쿠키런 브레이버스, 덱 밸런스 붕괴 암초 만났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브레이버스' 첫 부스터 팩 메타는 황(黃)덱의 압도적 1강 환경이었다. 지난 21일 개최된 제 2회 GS컵은 노란 물결로 뒤덮였다. 참가 선수가 밝힌 레시피를 종합했을 때 상위 16명의 덱 중 15명, 8강 진출자 전원이 황덱이다.
이견없는 1황 메타다. 전체로 보면 다양한 덱이 출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상위 입상을 독식했다는 점에서 그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13일 출시된 첫 정규 부스터 팩 '퍼스트 브레이브' 출시 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현재 황덱이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는 확연한 템포 격차 덕분이다. 현재 출시된 황, 녹, 적 포맷의 카드군은 각각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 황덱은 어그로, 녹덱은 램프, 적덱은 번에 가깝다. 각 콘셉트마다 일정한 플랜이 있는데, 이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수행능력이 황덱이 압도적이다.
황덱의 수행능력, 즉 플랜의 재현률이 다른 덱에 비해 좋은 배경은 뚜렷한 코스트, 혹은 디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적색은 "패를 버린다"거나, 녹색은 "서포트 에리어 카드를 트래쉬로 보낸다"처럼 말이다.
■ 코스트가 코스트가 아니게 된 황덱
앞선 두 덱과 달리 황덱은 패 1장을 버리는 '시간지기 쿠키' 등 일부를 제외하면 메인 기믹 내 카드 사용에 대한 추가 코스트를 받지 않았다. 그 결과 패 소모가 큰 적덱, 마나 펌핑보다 사용처가 많은 녹덱에 비해 비교적 사용이 자유로워졌다.
황덱의 아이덴티티 코스트는 본래 "덱 리프레시로 인한 브레이크 에리어 누적"이다. 효과를 통해 1레벨 쿠키를 저글링하다 보면 체력으로 들어가는 카드가 자연스레 많아지고, 덱 리프레시 시점이 빨라져 브레이크에 1레벨 쿠키 누적 속도가 빨라진다.
브레이크 내 쿠키 레벨 합이 10이 되면 패배하므로 굉장히 큰 디메리트다. 하지만 룰적 패널티가 특정 파워카드로 인해 희석됐다. '시간효율 관리부'부터 부스터팩에서 등장한 시간지기 쿠키나, '스네이크후르맛 쿠키' 등의 등장으로 브레이크를 조절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브레이크 에리어에 쌓이는 쿠키의 속도가 다른 덱에 비해 빠른 편이지만, "브레이크에 있는 레벨1 쿠키 1장을 선택해 배틀 에리어에 등장시킨다"거나, "브레이크에 있는 레벨2 이하 쿠키를 선택해 트래시에 놓는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절 가능하다.
특히, 시간 효율 관리부는 자타공인 황덱의 OP카드다. 다른 색의 스테이지 카드가 사용 시 기회비용를 고심해야할 만큼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반면, 시간 효율 관리부는 리스크도, 사용 시 코스트도 전혀 없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두루 좋기까지 하다.
초반에 내려놓게 되면 서포트 에리어에 카드 3장 이상이 쌓인 순간부터 1레벨 쿠키 저글링을 통해 상대에게 대미지 압박을 넣을 수 있다. 황덱의 리스크 적은 코스트와 공격 템포를 다른 덱에서 쫓아가기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녹덱은 마나를 초반부터 빠르게 펌핑해도 코스트로 인해 다시 줄어들고, 그 템포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트로피컬 슬러시', '사이보그맛 쿠키', '거대한 체리 폭탄'과 같은 번뎀 메타에서 녹덱 트랩은 대부분 '공격 대미지'에만 대응한다.
적덱은 아직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진 황덱의 완벽한 하위호환이다. 가령, 적덱의 '와일드베리맛 쿠키'의 역할은 황덱의 사이보그맛 쿠키가 리스크도 적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점은 큰 차이가 없다. 두 덱간의 템포와 브레이크 관리 차이도 제법 큰 편이다.
덱의 저점과 고점이 평균적으로 황덱이 제일 우수하고, 파워카드의 밸류도 더 뛰어난 편이다. 그렇기에 많은 라운드를 치루고, '이기기' 위해 참가하는 대회에는 황덱이 압도적으로 선호되고, 많을 수 밖에 없다.
■ 신규 게임의 밸런스 이슈는 치명적
대회는 증명과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장이며 참가 유저도 전체 중 소수인 만큼 전반적인 게임 환경과 다르게 볼 필요는 있다.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환경 초기라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대회 환경이 곧 일반 유저들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매직 더 개더링', '포켓몬TCG', '유희왕' 등 대부분 TCG는 대회 메타와 친구들끼리 소소하게 즐기는 소위 '즐겜픽' 간의 간극이 상당하다. 각각 독자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기에 대회 메타가 1강이던, 3강이던, 혹은 춘추전국시대이던 간에 유저 성향에 맞게 서로의 게임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다르다. 나온 카드풀이 스타터덱 3종과 부스터 팩이 전부다. 커스텀의 여지가 적다. 그 간극은 좁을 수밖에 없다.
전지적 대회 유저 시점에서는 오히려 1강 환경이 더 편할 수 있다. 미러전 플랜만 제대로 확립하고, 나머지는 덱 파워로 밀어버리면 된다. 대회 환경이 곧 일반 환경인 상황 속 일반 유저들은 1강 체재에 싫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프로레슬링에서 맞는 쪽도 잘 맞아줘야 재밌는 것 처럼 소위 '즐겜'이어도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아야 즐겁다. 황덱의 파워는 너무 강하고, 녹적은 비교적 맛이 심심하다. 대회를 나가지 않는 즐겜 유저들에게도 재미없는 환경이다.
이런 분기에는 중도층이 빠르게 이탈한다는 치명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원조 TCG인 매직 더 개더링도 그랬고, 25주년을 맞이한 유희왕도 그랬다. 다만, 역사가 오래된 게임인 만큼 새 환경이 조성되면 연어처럼 복귀하는 이들이 많다.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이제 막 런칭한 신규 게임이다. 아직 이 게임을 향한 유저 충성도는 다른 IP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당장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손쉽게 떠날 수 있다. 즉, 결국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으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이창헌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브레이버스 PD는 덱 밸런스 문제를 "스타터 2탄이 나오면 현재 황덱 밸런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며 "스타터 2탄이 나오면 단색, 3색 다양한 전략이 펼쳐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빨라봤자 2024년 1월이다. 오는 12월 신규 색상 2종의 스타터 덱이 출시되지만, 결국 현재 적, 녹, 황 세 가지 색상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된다. 승리를 목표로 대회를 즐기는 유저들은 몰라도, 여러가지를 즐기는 중도층 유저들이 3개월의 시간을 기다려줄지는 미지수다.
대절 버스, 대회장 출장 뷔페 등 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쿠키런: 브레이버스이기에 부스터 첫 팩부터 터져버린 밸런스 이슈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3개월 동안 황덱만 보고 있으란 얘기는 유저들에게 '보릿고개'를 선고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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