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가 연애 리얼리티보다 좋은 이유 , '이두나'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민송아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 '이두나!'가 로맨스 드라마로 탄생했다. 전직 걸그룹 멤버와 대학생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는 청춘 로맨스의 정석을 따른다. 청춘 로맨스 장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판타지나 복잡한 설정 대신에 대학 캠퍼스와 셰어하우스를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풋풋하고도 뜨거운 사랑, 청춘들의 우정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언뜻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인기 아이돌과 평범한 대학생의 연애담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사랑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아이돌 걸그룹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배수지와 이두나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드라마 '이두나!'의 압도적인 견인력이다. 배수지는 이두나의 외모와 차림새, 습관, 헤어스타일은 물론 저돌적이면서도 유약한 성격,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받은 인물의 내면까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로 승화시킨다. 극 중 이두나가 걸그룹 멤버로 겪는 상황에서 배수지의 연기 디테일은 확실히 남다르다. 이두나의 연예 활동 장면은 2010년 걸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13년을 맞은 배수지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각별한 감흥을 더한다. 배수지는 연기상을 휩쓴 드라마 '안나'(2022)의 안나와 함께 연기 필모그래피에서 언급될 캐릭터 '이두나'를 추가했다.
아이돌 이두나와 사랑에 빠지는 대학생 이원준 역은 양세종이 맡았다. 군제대 후 복귀작으로 '이두나!'를 택한 양세종은 한층 성숙한 연기력과 물오른 청춘스타의 면모를 보이며 그를 기다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성인이 되어 처음 겪는 감정과 설렘, 치기 어린 행동, 사랑의 성장통을 겪는 모습까지 양세종 만의 디테일한 연기로 캐릭터를 빛낸다. 배우의 반듯한 이미지와 캐릭터가 잘 맞아 떨어진다. '사랑의 온도'(2017)와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를 잇는 양세종의 로맨스 대표작이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 '이두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이다. 원작의 결말이 두나와 원준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해 보여줬다면,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원작은 136화 완결 이후에도 12개의 에피소드와 '에에필로그'로 구성된 후일담을 그려 원준의 대학원 시절과 취준생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뤘다. 웹툰 완결 이후의 내용과 드라마 전개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해 보는 것도 '이두나!'를 즐기는 재미다.
웹툰 '이두나!'의 부제는 '두근두근 누나 리스트'다. 주인공 두나를 비롯해 원준이 만나는 여성 캐릭터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강조해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드라마는 두나를 제외한 주요 여성 캐릭터들의 나이를 연상에서 원준과 동갑내기로 바꿨는데, 그러면서 인물 관계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두나!' 여성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는 '설렘을 주는 누나들'이라는 특징이 흩어지고, 여성 캐릭터들의 우정과 연대가 원준과 여성 캐릭터들의 우정으로 기운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드라마 '이두나!' 연출은 한국 로맨스 드라마의 정석으로 꼽히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를 비롯해 히트작 '사랑의 불시착'(2019),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를 연출한 이정효 감독이 맡았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출이 로맨스의 장인답다. 이야기를 차분하게 진행하다가 인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특히 화력 넘치는 키스 장면에서 로맨스 장르의 내공이 드러난다.
원준의 첫사랑 진주를 연기한 하영은 원작 캐릭터와 닮은 모습으로 등장부터 시선을 붙든다. 커트 머리 스타일에 웃는 얼굴이 원작 속 진주를 빼닮았다. 박세완은 원작과 다른 성격, 새로운 설정으로 거듭난 원준의 친구 이라 역으로 극에 새로움을 불어넣는다. 원작에서보다 활발하고 엉뚱한 성격에 원준이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누나에서 원준과 재회한 동창으로 바뀌어 다른 결말을 맞는다. 극중 두나가 활동한 걸그룹 멤버로 등장한 고아성의 아이돌 연기도 굵은 인상을 남긴다. 이정효 감독의 대표작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남자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진욱이 두나의 매니저 역으로 출연해 삼각관계 로맨스를 펼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몇 년 동안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극사실주의 현실 로맨스에 공감하는 추세다. 연애 리얼리티 쇼는 로맨스 드라마의 클리셰나 작위적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주는 스트레스를 제거한 대신에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데 힘을 쏟는다. 반면에 로맨스 드라마는 사랑의 윤리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욕망, 연애를 성장하고 변화하는 개인을 거시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그렇기에 자극적인 사건의 나열보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드라마 '이두나!'가 주는 위안이 특별하다. 여전히 우리에겐 사색하며 즐길 수 있는 로맨스 드라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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