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계공시 요구' 한국노총, 수용하기로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3. 10.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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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공제 박탈 위기에 선회
타당성 따지는 법적대응 병행
경사노위 "자발적 공시 환영"
민노총은 24일 수용여부 결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23일 노조 회계공시 의무화 관련 대응 방침을 산하 조직에 전하면서 정부의 회계공시 시스템에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이달부터 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개정안으로 인해 올해 10월분 조합비부터는 노조(산하 조직)와 상급단체가 모두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조합원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합비 세액공제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성격인 만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노조를 옥죄려는 시도"라며 반발해왔다. 다만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 불만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한국노총이 정부 방침에 따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산하 조직 637곳 중 한국노총 가맹 노조·산하 조직은 303곳이다. 민주노총 가맹 노조·산하 조직은 249곳이다.

다만 한국노총은 회계공시와 별개로 시행령 개정의 타당성을 따지는 법적 대응을 병행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부터 2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 나선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해 사실상 '연좌제'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정부의 회계공시 요구에 응하는 것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일 뿐,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노총 참여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과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착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다른 노조들도 참여해 투명한 회계 운영이 확산되는 발전적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한국노총의 자발적 회계공시 시행은 노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한층 더 투명한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총연맹의 회계공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노조에 회계 자료를 요구하는 건 노조·노동관계 조정법상 가능한 일"이라며 "노조가 헌법소원을 한다고 해도 다툴 여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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