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주는 강렬함"…설경구X정지영 감독 '소년들', 묵직한 울림 전한다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영화 '소년들'이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전할 준비를 마쳤다.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소년들'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상영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배우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혜란, 진경과 정지영 감독이 자리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지난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한 '소년들'은 정지영 감독의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2012),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2019)를 잇는 이른바 실화극 3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황준철 역을 맡 설경구는 "실화가 영화보다 더 잔인할수도 있다"면서 "실화가 주는 강렬함 때문에 더 끌리는 것 같다"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설경구는 "그걸 작품으로 재현한다고 생각 안 했다. 작품을 작품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가장 몰입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가장이라고 표현하기가 좀 그런데 순간순간 몰입하려고 애를 썼다"며 "작품에 들어갈수록 조금 더 몰입하려고 했고 허성태와 세 소년들과 대면하는 연기를 했을 때 조금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그때는 감정 너무 갔다고 생각했는지 더 고조되기 전에 컷하셨다"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재판장에서 '우는 살인범 아니다' 외칠 때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찍을 때는 리액션하는 입장에서 감정이 훅 올라오더라"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공공의 적' 이후에 강철중 같은 역이 많이 들어왔다"며 "정리된 강철중 같은 느낌이었다. 책임도 있는 강철충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가 대비되는 모습에서 조금 더 깊어지고 17년 후에 몸과 마음도 지쳐있고 순응하게 되는, 이 교차가 갭이 조금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촬영에 임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준철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로 분한 허성태는 "방금 보고 왔는데 너무 많이 울었다"면서 "'오징어 게임'과 동시에 촬영했는데 덕수와 헷갈리지 않으셨으면 한다. 즐기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북지방경찰청 수사계장 최우성을 연기한 유준상은 "허성태 배우가 펑펑 울고 나와서 눈이 부었다고 했는데 저도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다"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했는데 제가 한 거라고 안 믿겨질 정도로 많은 감동을 받아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고 영화 보고 느낀 감정을 이야기했다.
'우리슈퍼 강도치사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 캐릭터를 맡은 진경은 "이상하게 설경구 선배님과 작품에서 많이 만나게 되더라"라며 "'감시자들'도 그렇고 '야차'도 함께 했는데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다. 설경구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워주신다.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고, 티키타카가 잘 맞아가는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 흥행요정으로 불리는데 '소년들'도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준철의 아내 엄혜란은 "좋아하는 설경구 선배님과 호흡이 많아서 기쁘기도 하면서 정지영 감독님 앞에서 연기해야 해서 너무 떨리고 부담스러웠다.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앞으로 또 만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부끄럽게도 사건을 잘 모르고 있었다"며 "사건이 1999년에 일어났다는 거에 되게 놀랐다. 그때만 해도 민주화가 되고 억울한 일은 없어지고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저 같은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정지영 감독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극화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이 알려진 사건이다"며 "이런 사건을 강 건너 불 보듯이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번 더 들여다보자',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생각했다. 삼례슈퍼 3인조 살인 사건에 대해서 재미로만, 보도를 통해서 보고 '불쌍하다' 생각한 건 아닌지 우리도 그 소년이 감옥을 가는데 묵시적으로 동의한 게 아닌가. 또 우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소년들' 크랭크업이 늦어지면서 삼례나라슈퍼 재심 결과에 대해 김재원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오심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솔직하게 사과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재판이 이루어지기까지 사과가 안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사과가 의미가 있나 진정성에 의문이 들었다"고 소신을 고백했다.
끝으로 그는 "(대개) 마음으로는 약자들 편이라고 하면서 침묵을 지킨다"며 "그 침묵은 약자를 힘들게 한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새겨 봐야 하는 게 아닌 가 싶었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제목을 처음에 '고발'이라고 생각해 봤을 정도로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중요한 건 약한 자들에게 보내는 시선은 어떤 것인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촬영에 임했던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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