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하준, 중압감을 이겨내고 완성한 '최악의 악'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 조직의 우두머리를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 우두머리가 보통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디즈니+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감독 한동욱)에서 위하준이 맡은 정기철이 그런 역할이다. 정기철은 강남을 통째로 접수한 조직의 보스지만, 일반적인 보스보다는 나이가 한참 어리다. 이를 연기한 위하준 역시 이러한 중압감을 느꼈지만, 결국 정기철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위하준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마약 폭력조직 강남연합의 보스 정기철 역을 맡았다. 불우한 과거를 가진 정기철은 쿠데타를 일으켜 강남연합의 보스가 된다. 

10~12화 공개를 앞두고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위하준은 "남성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 헬스장을 가도 '정기철 아니냐'고 하시고 최근 행사장에 갔는데 '피지컬: 100', '강철부대' 출연진분들이 저를 기다리셨다.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뜨거운 관심에 감사를 전했다. 

정기철은 DJ 출신의 조직원이었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강남을 사로잡는 조직의 보스가 된다. 평소에도 누아르 장르에도 로망이 있었다는 위하준은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어릴 때 연기자를 꿈꿀 때부터 누아르 장르를 보면 막연히 멋있어 보였어요. '최악의 악' 대본을 받고 장르적으로 많이 끌렸어요. 언더커버, 누아르, 조폭 이야기가 새로운 건 아니라 뻔할 것 같기도 했는데 사건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 본성을 보여주고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새로웠어요. 예상보다 빨리 하게 됐는데 젊은 세대의 누아르는 잘 없어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일반적인 누아르물에 나오는 '조직의 보스'보다는 연령대가 낮았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위하준은 폭발적인 액션으로 무게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감정을 실은 액션을 통해 이를 메꿨다.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고요. 조직의 보스 역을 하는 게 고정관념이 있어서 깨는 게 쉽지 않았어요. 배우 중에서도 막내라 무게감이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다른 분들이 다 강하고 세니까 저는 조금 더 냉정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혼자 플랜을 짜고 직접 움직이기도 하니까 '무슨 계획인 걸까'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너무 거칠기보다는 침착하게 나오는 것에 초점을 뒀어요. 액션 적인 부분도 최대한 감정을 녹여 내려고 했어요. 또 의정이와 있을 때는 순수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주면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악의 악'이 다른 언더커버 장르 작품과 가지는 차별점은 삼각 로맨스 관계를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준모의 아내인 의정(임세미)은 기철의 첫사랑으로 준모가 강남연합에 깊게 파고들수록 의정 역시 기철과 엮인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철은 의정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유일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위하준은 이러한 의정을 대하는 기철의 모습을 '순수했던 시절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 '잘돼서 성공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나름 성공했잖아요. 그런데 의정이는 결혼을 했고요. 묘한 감정이 있었을 텐데 그녀가 자꾸 눈앞에 나타나면서 감정이 커지고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책임을 지려면 이 일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원래 하던 (불법적인) 일도 미뤄내려고 하고요. 그런 식으로 감정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기철이에게 의정이는 순수했던 시절의 상징인 것 같아요."

극 중 기철과 의정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최악의 악'을 보는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사약 케미'에 대해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위하준과 임세미의 연기 호흡이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위하준은 임세미와의 호흡에 대해 "정말  좋았다"면서도, 결국 배신당할 기철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세미 누나는 진짜 착하고 호흡도 좋았어요. 둘이 감정적인 대화를 많이 했어요. 사실 저는 쉬운 편이었어요. 만나서 좋고 하고자 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세미 누나는 연기적인 부분이 필요해서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제가 느끼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기철이 입장에서는 결국 속는 거잖아요. 의정이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인데 그 사달이 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은 안타까운 것 같아요."

위하준은 정기철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첫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위하준의 첫사랑은 많은 부분에서 기철과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위하준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성공에 집착하는 부분은 공감이 갔어요. 동생과 친구를 챙기는 리더인 부분도 그렇고요. 또 어렸을 때 순수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닮았어요. 고등학교 때 순수하게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전학 간 친구가 거기서 친해진 친구와 방학 때 놀러 왔거든요. 그렇게 한 3년을 좋아하다가 2년을 롱디 커플로 만났어요. 그 친구가 줬던 십자가 목걸이를 20대 중반까지 하고 다녔어요. 대본을 보고 '혹시 이 친구 아냐'고 할 정도로 놀랐어요. 저에겐 그 당시에 순수했던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렸을 적 꿈꿨던 로망을 채워준 작품이자 놀라울 정도로 자신과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위하준이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위하준은 조직의 보스라는 중압감에 눌려 더 자유롭게 감정을 펼쳐내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누아르를 하더라도 보스는 하고 싶지 않아요. 더 펼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최악의 악' 중에서는 정배같은 인물이요. '돌아이'같은 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묵직한 게 있고 사건의 키를 쥔 인물이잖아요. 준모가 맡은 언더커버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촬영할 때는 중압감이 컸던 것 같아요. 촬영 외적으로 날 서 있는 느낌도 있었고 생각도 많았어요. 스스로를 봐도 톤이 많이 다운되어 있었어요. 몰입을 한 건지 걱정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되려 연기로 뱉으면 해소될 때가 있는데 계속 생각하느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최악의 악'이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하준은 차기작 '졸업'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최악의 악' 속 키스신이 커리어 첫 키스신일 정도로 그동안 '쌍방 로맨스'와 연이 없던 '짝사랑 장인' 위하준은 드디어 첫 쌍방 로맨스에 나선다. 위하준은 '최악의 악'을 통해 이뤄낸 성장에 대해 언급하며 차기작 역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큰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로 부담도 있었지만 많은 공부가 됐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을 얻고 잘하는 연기를 봐서 자극도 됐어요. 앞으로 뭘 더 하면 살릴 수 있을지 공부도 많이 됐어요. 아쉬움도 남지만, 많은 걸 얻게 해준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