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이대로 지나쳐선 안돼"…설경구→염혜란, '소년들'을 향한 뜨거운 위로(종합)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설경구와 정지영 감독이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들'을 위로하는 용기의 목소리를 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년들'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과 정지영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11월 1일 개봉하는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건 실화극으로, 영화 '남부군',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년들'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작품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삼례나라슈퍼 사건은 대중에 많이 알려졌지만, 아마 대부분 '이런 사건이 있었지'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래도 이 사건만은 그렇게 지나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불쌍하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리도 그 세 소년들이 감옥에 가는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게 아닌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작품의 극적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감독으로서 사건에 진정성, 사실성 있게 다가갔지만 많은 관객들과 나누고 싶어서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실 현실에선 황준철이란 사람은 나올 수가 없다. 보통 변호사나 그 외 인물들이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나. 하지만 '소년들'에서는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맞다 싶어서, 다른 사건의 인물을 가져와서 입혔다. 그렇다고 사건의 뼈대를 흐트러트리거나 왜곡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그동안 수차례 형사 캐릭터를 연기해 왔던 그는 "정지영 감독님과 사석에서 한 번 뵀는데, 그때 '같이 작품 한 번 하자'고 하셔서 의례적인 말씀인 줄 알고,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대본이 일주일 만에 왔고, 당시 책 이름이 '고발'이었다"며 "전에 '공공의 적' 강철중 같은 역할이 많이 와서 거절을 여러 번 했는데, 황준철은 조금 정리된 듯한 느낌의 강철중 같았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유준상이 연기한 최우성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동네 소년들을 검거한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형사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최우성 캐릭터가 엄청난 악의 화신이거나, 악의 축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더 무서웠고, 이런 악인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행을 저지르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원래 제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자책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라고 인물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꾸짖음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하는 내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악행을 악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려나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진경이 분한 윤미숙은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다. 영화 '감시자들', '야차'에 이어 설경구와 재회한 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배우다. 정말 존재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웠다. 같이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고, 티키타카도 그만큼 잘 맞았던 것 같다. 이어 염혜란과는 연극할 때부터 알아왔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신뢰가 쌓였다. 유준상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현장에서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허성태는 황반장을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로 완벽 변신했다. 그는 "캐릭터에 별다른 의도를 갖기보단, 처음부터 설경구 선배와 정지영 감독님이 자유롭게 열어주셨다.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많이 치면서 저 혼자 노는 기분으로 임했던 것 같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남편 황준철의 옆을 지키는 아내 김경미를 연기한 염혜란은 "요즘 '흥행 요정'으로 불리는 염혜란"이라고 소개해 현장을 밝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염혜란은 "'소년들'로 흥행 요정이 되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또 처음으로 설경구 선배와 호흡을 맞춰서 굉장히 기뻤다. 정지영 감독님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고, 설경구 선배하고는 호흡을 맞춰야 해서 긴장이 되는 바람에 제 몫을 못한 것 같다. 선배와의 두 번째 호흡에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스무 번은 더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소년들'은 배우들의 특급 시너지로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나갔다. 정 감독은 "영화 속 보석 같은 연기자들의 하모니가 기가 막힌다. 편집을 하면서 캐스팅을 잘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이 사람들 정말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흐뭇했다"고 만족해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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