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대통령 해외순방을 외유로 여기는 野
나토·G7 첫 참가로 국격 높여
우크라 방문, 서구와 가치연대
野선 관광취급 순방비 계산만
신뢰구축과 장기국익 따져야
사람이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그에 걸맞은 행실을 보여야 존경을 받는 것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돈은 많아졌는데 하는 짓이 영 천박하면 '졸부'니 '벼락부자' 소리를 듣는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지만 우리가 중국을 우러러보지 않는 것은 통제적인 정치 이데올로기와 다른 나라를 겁박하는 행위, 낮은 민도(民度) 등을 종합해 나오는 것이다. 과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신세 질 게 없는 나라다. 그 전쟁에 끌려 들어가서 우리가 얻을 게 뭐가 있나"라며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은 높아진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모독성 발언부터가 외교의 첫 글자도 모르는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에 끌려와(?) 북한과 싸운 나라들은 뭘 얻을 게 있어서 온 것이 아니다.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함께 자유를 지킨다는 대의와 가치를 공유한 것이다.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온당하다. 외교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어떨 때는 그것을 과감히 깨고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해야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는다. 인터넷으로 전쟁이 생중계되는 시대에 나 몰라라 한다면 우리 지위를 스스로 낮추는 꼴이다. 주권국가를 쳐들어간 반문명적 행태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좌고우면한다면 '경제는 커졌는데 외교는 젬병'이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맞는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늘어난 해외 순방 비용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내용 대신 비용에만 매몰되는 것은 커진 국력에 부응하지 못하는 소아병적(小兒病的) 모습일 뿐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 부부는 외국에 나가 쇼핑하고 좋은 구경도 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니 좋으시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외국 관광 정도로 여기는 격 낮은 식견이 묻어난다.
예산 증가 비판을 의식해 대통령실이 양해각서(MOU) 체결 건수 등을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구차스럽다. 해외 순방은 당장 성과가 없어 보여도 신뢰를 쌓아 미래에 결실을 가져올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길게 내다볼 일이다. 더욱이 정상끼리 의기투합하면 안 되던 일도 가능해지고 협력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활발한 정상외교는 권장 사항이다. 상대국 정상의 권력이 막강할수록 순방외교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상이 서로 상대국을 방문해 60조원이 넘는 계약 성과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나토 및 G7 정상회의에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 참석했다. 야당은 외국 정상들 사이에서 들러리를 섰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는가. 선진국 클럽이 요청해서 그들과 함께했다는 것은 국격과 국민 자부심을 키우는 일이지 출장 비용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기습적인 우크라이나 방문도 그렇다. 국내에선 폭우에 키이우에 왜 갔느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런 것이 기반이 돼서 우리가 선진국들과 가치 연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포탄 속에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것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재건 사업에 당당히 뛰어들 수 있고, 국제 이슈에 한몫하는 진정성 있는 나라로 인식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러시아만 다녀왔는데 이를 놓고 중국 영향력 쇠퇴를 거론하는 학자도 있다. 정상외교가 없으면 그 나라는 발전할 기회를 잃는다. 물론 거기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철저한 손익 분석을 통해 낭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윤 대통령이 해외를 다녀온 결과가 추후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 차기 정권을 노리는 야당도 혹여 그 덕을 볼 수 있지 않겠나. 야당이 대통령 순방 비용만 따지고 든다면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는 옹졸한 일이 될 것이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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