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고 못 줄이는 중대재해법
매일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전하는 곳이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다.
이곳 사망 사고 속보 게시판에는 전국 어느 작업장에서 언제 몇 명이 어떤 사고로 죽었는지 실시간 공유된다. 올해 몇이나 사고를 당했는지 세어보니 충격적이었다. 4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깔리고, 끼이고, 떨어져 죽었다. 지난해는 300명대였는데 더 늘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이런 산업재해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사천리로 추진했던 법이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이 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이름부터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 중대재해 방지법이나 예방법이 아닌 처벌법이었을까. 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가지만 공단 사망 신고 건수가 보여주듯 작업장 내 사망 사고가 끊이질 않아 처벌 일변도 재해방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다.
처벌법 시행 효과에 대해 한 사업주는 "공부 못한다고 선생님이 회초리 들고 숙제 많이 내준다고 학생이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학생의 성향과 처한 상황을 잘 살펴 감독해야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고의 1차 원인은 결국 산업재해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는 근로자들인데 예방정책은 사업자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 보니 처벌만 늘 뿐 사고 예방 효과는 없다는 얘기다.
기업들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사고를 막기 위해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수립하고 위험성을 사전에 진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처벌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중대재해법이 처벌을 위한 처벌법이 아닌 예방을 위한 예방법이 될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박동환 사회부 zack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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