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방과후 학원에 가지 않는 영국 학생들
부모에게 과외는 최후의 수단
소득 상위 20%만 사교육 접근
한국선 학생들 80%가 학원행
지난해 사교육 지출 26조 달해
영국과 한국의 하굣길 풍경은 사뭇 다르다. 학교가 파할 시간이 되면 한국 초등학교의 교문은 노란색 학원 버스들로 에워싸인다. 이런 한국과는 상반되게 영국에서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없다. 대부분의 영국 아이들은 오후 3시께 하교를 하는데 그 이후 일정은 부모들의 수입에 달려 있다. 한국 부모들은 비싼 학원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사실 영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스포츠 레슨의 연간 평균 수업료는 아이 한 명당 3380파운드(약 555만원)였다고 한다.
'별로 나쁘지 않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교과과목을 보충하면 비용은 두 배 가까이 올라간다. 2019년 기준으로 영어나 수학 수업의 연간 평균 수업료는 6084파운드(약 1000만원)였다.
2022년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경우 일주일 평균 비용이 66.75파운드로 상승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더불어 교사 급여, 간접비 증가로 조만간 비용이 100파운드에 가깝게 상승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영국에서 사교육은 상위 15~20%의 소득자들을 제외하고는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국은 이와 좀 다르다.
지난해 한국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로 지출한 돈은 26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한국 아이들의 80%가 학원에 다닌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어느 골목을 가나 학원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에서 학원산업은 말 그대로 '산업'이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학원들은 교실을 수강생들로 꽉 채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자유경쟁에 의해 일반 대중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만약 학원을 보내는 부모가 80%에서 60%로 줄어든다면 학원들은 큰 타격을 받으니 이들은 적정 수업료를 유지할 것이다.
영국에서 사교육은 기업 또는 산업 규모로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과목의 선생님을 영국 전역에서 찾을 수 있지만 영국의 사교육은 중소기업 규모의 체인학원과 거리가 먼 일대일 과외 형태로 운영된다. 또 전봇대에도 과외 광고가 흔히 붙어 있는 한국과 달리 적극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과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성적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를 위해 내 부모님은 입시를 몇 달 앞두고 학교 수학 선생님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 정도 과외 수업을 받게 해주셨다. 선생님에게는 좋은 보너스였겠지만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수입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국 부모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과외 선생을 찾는다. 수학 점수 때문에 대입 시험에서 실패할 위기에 있던 나를 구하기 위해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한국인 관찰자들에게 영국의 사교육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일종의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과도 같게 느껴질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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