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바이든의 꼬리표 '전시 대통령'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0.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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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전 끝냈던 바이든
다시 '2개의 전쟁' 휘말려
의회에 1000억弗 긴급요청
예산안 처리 결과는 미지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조짐
韓도 '워룸' 설치 서둘러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다가 대혼란을 야기했다. 당시 미군은 아프간 수도 카불로 향하는 탈레반의 발 빠른 진격 속도를 예상하지 못했고 테러 위험에 무기를 내팽개친 채 몸만 빠져나왔다. 굴욕적인 철군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년간의 소모적이던 아프간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더 이상 국익이 없는 곳에서 싸우지 않겠다"며 미국 내부 현안과 중국과의 경쟁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평화 구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시작으로 '두 개의 전쟁'이 블랙홀처럼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개월간 지속되며 유럽을 병참기지로 만들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확전 시 제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바람과 달리 미국의 역사적 역대 대통령처럼 '전시 대통령(wartime president)'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그는 얼마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전시 상황처럼 TV 생중계 연설을 하며 "미국 리더십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에 총 1050억달러를 지원하는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그는 미국이 두 개의 전선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표출했다.

그러나 미 하원은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공백 속에 당장 안보 예산안을 처리할 여력이 없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집안싸움을 하느라 차기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민주당과 대결 중이다. 과거 미국이 전쟁을 치를 때마다 여야 구분 없이 결집해서 한목소리를 내던 의회를 지금은 기대하기 힘들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 지원에 피로한 모습까지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도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어렵게 한다. 그의 지지율은 30% 후반으로 추락했고, 내년 11월 차기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1% 지지율을 얻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6%)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밀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개입은 한 번에 끝날 일이 아니다. 전쟁 당사국들과 세계 외교안보 지형을 고려할 때 미국의 무기 공급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욱 과감해지는 중국과 북한의 무력시위도 관리해야 할 시한폭탄과 같다. 언제든 지정학적 복합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세계는 다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주요국들이 관여하며 실시간 대응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가장 먼저 전쟁 충격을 받았다. 저성장·고금리 기조에 국제유가 불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낳는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우리도 전시를 가정해 '워룸(상황실)'을 운영하면서 돌발변수에 대비할 때라고 본다.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kk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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