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올라왔는지 모를 정도로 '문제없음' 결론난 보궐선거방송 심의결과
23일 선거방송심의위, 강서구청장 선거방송 심의 진행
16건 중 15건 MBC·KBS·YTN 민원…대다수 '문제없음'
권혁남 위원장 "특정 방송사에 같은 내용 민원 무더기"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야당 입장만 편파적으로 방송했다는 민원이 무더기 제기된 MBC, KBS, YTN 대다수 방송에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같은 판단을 내린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권혁남 위원장은 특정 방송사에 대해 같은 내용의 민원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23일 오후 회의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16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16건 중 15건의 안건은 MBC·KBS·YTN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이었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임기는 선거일(이번달 11일) 전 60일부터 선거일 후 30일까지다.
위원들은 의결을 보류한 2건과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를 의결한 1건을 제외한 모든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다수 안건은 야당 입장을 많이 실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했다는 내용의 민원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은 해당 방송들은 여야 의견을 고르게 다뤘으며 의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40억은 제가 1천 억 넘게 벌어들이기 위한 수수료 정도로 애교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김태우 국민의힘측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된 MBC <뉴스데스크> 심의 중엔 안건 상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민원인은 MBC가 김 후보의 보궐선거 비용 책임을 부각했다며 비판했다. 이에 권혁남 위원장(방통심의위 추천)은 “왜 이런 안건이 계속 올라오는 지 모르겠다. 사무국에서 거르질 않는 것 같다”며 “이런 건 위원들이 (심의)하기가 너무 힘들다. 누가봐도 (해당 안건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에 표심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지역 일꾼을 뽑는 거에 더 가깝다” “정권심판론이라고 본다”는 등 다양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권 위원장은 “이런 걸 심의로 올려 문제 있다고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동순 부위원장(한국YWCA 연합회 추천)도 “사전투표소에서 양측 인터뷰를 위해 노력했을 거고, 균형을 맞추려는 의지가 보인다. 원하는 대로 시민들 인터뷰 발언이 나올 순 없다. 방송사에 문제삼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의 인터뷰는 11분12초 방송하고 국민의힘 후보측의 인터뷰는 9분30초만 방송했다고 '편파적'이라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위원들은 이같은 민원이 제기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 부위원장은 “안건이 왜 올라왔는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시간까지 다 맞춰야 하는가 의아하다”고 했다. 6건의 민원이 제기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대해서도 '문제없음'이 의결됐다.
다만, 선거 당일에 결과를 예측하는 대담을 진행한 MBC <2시 뉴스 외전>, OBS <뉴스 오늘>,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는 '문제없음'이 의결됐지만 우려가 제기됐다. 김유진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선거 당일엔 모든 방송사가 패널 섭외나 승리 예측에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권 위원장은 “당일 토론 프로그램에서 가장 핵심 사안이 '누가 될까'인데 이걸 빼놓고 토론하는건 팥소 없는 찐빵”이라며 “제도적 규정이 있지 않는 한 막기 어렵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언성을 높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대해선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민주당측 후보를 인터뷰한 반면 국민의힘측 후보는 인터뷰 하지 않은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대해선 패널 섭외 관련 추가 확인을 위해 의결을 보류했다. 제작진은 국민의힘측에 일곱 차례 연락했으나 후보 본인과 보좌관 모두 출연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김태우 후보 관련 '강서 구도심 빌라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화곡동 소재 보증금 1억에 월 30만원짜리 오래된 빌라에서 거주하고있다고 한 것을 믿을 수 있나'라고 발언한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대해선 의견을 모으지 못해 의결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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