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에 카카오 블랙아웃···신사업·투자 시계제로
단기간 급성장해온 카카오가 풍전등화의 위기다. 작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먹통 사태로 물의를 빚은 카카오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경영진의 사법처리 위험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중심으로 향후 쇄신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지만, 리더십 부재 문제는 단기간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급팽창한 사업 규모에 반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어 전면적인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다르면 카카오는 CA협의체 중심으로 내년 초까지 경영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각 사업 총괄이나 계열사 대표가 결정한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 등을 CA협의체에서 최종 판단할 수 있게 바꿔 ‘자율 경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CIO)가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이날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으면서 전사로 번지는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배재현 CIO는 카카오 계열사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인물로, 향후 신사업 관련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해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도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인공지능(AI) 개발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뱅크 지분 중 10% 이상 보유분에 대해 처분을 명령할 수 있어, 그룹의 지배구조마저 바뀔 위험이 있다. 이는 공정거래워윈회가 진행하는 카카오· SM기업결합 심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카카오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논란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밝혀졌다. 카톡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3200원의 차익을 챙겨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에는 카카오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가 이른바 ‘주식 먹튀’ 논란으로 물러났지만, 사퇴 후 다시 카카오페이에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뭇매를 맞았다.
모두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아 반복된 사건으로, 카카오의 자율 경영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카카오가 문어발식 공격적 인수합병에 따른 법인들의 느슨한 결합으로 빠르게 덩치를 키운 것부터 화근이다. 구심점 없이 개별 기업들이 각개전투로 움직이고, 계열사에게 자율적인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계열사 수를 늘려놓고 유기적인 통합관리엔 미흡하다 보니, 골목상권 철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모두 144개로, 2021년 2월(105개)과 비교하면 2년6개월 만에 37.1%(39개) 증가했다.
구설도 끊이지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앞두고 중소기업기술 탈취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의 사내 독립기업(CIC)인 포털 다음은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에서 일방적 중국 응원 클릭이 나온 것으로도 홍역을 치렀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이터센터 이중화 문제부터 먹튀 논란 등 그간 이슈를 보면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지 않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짧은 시간에 사업이 급팽창한 것에 반해 규모에 걸맞는 내부통제가 되지 않아 생길 일로, 이사회 내 통제 장치를 마련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핵심 주력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등 전반적 혁신이 요구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선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와 공정거래 이슈 등으로 당국 및 소비자들과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엔터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공략해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쇄신을 위해 경영진(홍은택 체제)에 대한 세대 교체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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