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땅굴전쟁
하마스 소탕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앞둔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이 최장 3개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22일 예상했다. 공습과 폭격으로 하마스 군사능력을 상당 부분 제거했음에도 장기전을 내다보는 이유는 이른바 '하마스 메트로'라 불리는 땅굴 때문이다. 전체 길이 500㎞에 달하는 이 지하통로는 가자지구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곳곳에 탄약고와 같은 군사거점이 산재해 있다. 이스라엘군이 벙커버스터 미사일을 쏜다 해도 단번에 무력화할 수 없는 구조다.
이스라엘 안보단체와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땅굴이 북한 기술로 지어졌다고 주장한다. 2000년대 중반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하통로를 발견하고 공개한 적 있는데, 당시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 기술자들이 파견돼 건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마스 메트로' 역시 헤즈볼라가 동맹인 하마스에 북한 기술을 전달해줬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북한은 헤즈볼라 땅굴이 발견된 시기 미얀마 군사정권에도 땅굴 전문가들을 파견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땅굴을 개발한 것이나 하마스, 헤즈볼라가 이 기술을 전수받은 것이나 이유는 같다.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피할 수 있고, 유사시 도주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국가라면 쓸 필요 없는 '어둠의 기술'인 셈이다. 기술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적은 비용으로 깊게, 튼튼하게 짓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가진 초대형 터널굴착기(TBM)도 필요 없고 중국산 저가 굴착기만 있어도 웬만한 지형에선 군사용 땅굴을 뚫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메트로'를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는 미로 같은 구조 때문이다. 입구와 출구 몇 곳을 찾아 내부로 진입한다고 해도 일시 소탕이 어렵고, 폭격으로도 완전히 파괴할 수 없다. 전쟁이 길어지는 이유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작전에서 어떻게 하마스의 땅굴을 공격하는지 분석하고 군사교리에 반영해야 한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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