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산악인' 김영도 99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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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산악인' 김영도(99) 선생이 별세했다.
100수를 앞두고 별이 된 김영도 선생은 '생각하는 산악인'의 표상이었다.
대단한 등반으로 한국 산악인의 본보기가 된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생각과 산악인의 활동 반경을 넓힌 사회적 역량, 선구적인 산악도서 독서와 번역, 글쓰기로 나침반 역할을 했다.
육체적 등반으로 존경 받는 것이 아닌, 생각과 의식으로 산악인을 이끈 정신적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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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산악인' 김영도(99) 선생이 별세했다. 10월 21일 오후 5시 경기도 의정부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00수를 앞두고 별이 된 김영도 선생은 '생각하는 산악인'의 표상이었다. 대단한 등반으로 한국 산악인의 본보기가 된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생각과 산악인의 활동 반경을 넓힌 사회적 역량, 선구적인 산악도서 독서와 번역, 글쓰기로 나침반 역할을 했다. 육체적 등반으로 존경 받는 것이 아닌, 생각과 의식으로 산악인을 이끈 정신적 리더였다.
과거 월간<山> 기자라면 누구나 거치는 신성한 과정이 있었다. 김영도 선생의 원고를 타이핑하는 작업이었다.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글을 문서화하는 것은 신입기자에게 큰 공부였고, 대단한 경험이었다. 원고를 편집하며 거대한 산 같은 선생의 사유에 감탄하고, 감동 받곤 했었다.
2017년 본지에 기고한 원고에는 선생이 평생 간직한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등산은 겉으로는 육체노동 같지만 실은 그것을 넘어선 정신세계다. 그렇지 않고서는 250년에 걸친 등산의 역사는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에 부침한 선구자들의 생生, 그들의 의식과 행위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 등산이야말로 생각에서 시작하고 생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구자들이 남긴 산행기는 그런 의식과 행위의 궤적이다.'
고인은 1924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나 평양고보,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학생 때 일본의 오시마 료키치가 쓴 '산-연구와 수상(1930, 이와나미서점)'이라는 책을 접한 뒤 산악인과 산에 대해 매료되었다. 이후 영어·일본어·독일어로 적힌 등산 서적을 읽었다.
고인은 1956∼1963년 성동고 교사로 일한 뒤 1963년 민주공화당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했다. 1973∼1979년 제9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1971년 히말라야 로체샤르 원정(대장 박철암) 비용을 지원해 준 것을 계기로 1971∼1976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1976년 10월∼1980년 12월 제7대 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대한산악연맹 회장이던 1977년 9월15일 한국 등반대(18명)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원정에 났다. 원정대장으로 대원들을 이끌었고, 고상돈 대원이 한국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세계 8번째(국가 기준)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다.
1978년에는 한국 북극탐험대 대장을 지내고, 1980년에는 한국등산연구소를 개설해 산악문화 활성화에 힘쓴 인물이다. 산악도서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였던 고인은 총 27편의 서적을 집필하거나 번역했다. 최근 발간 서적으로 2020년에 쓴 <서재의 등반가>와 버나데트 맥도날드의 저서를 번역한 <아트 오브 프리덤>이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저술 활동을 해왔다.
김영도 선생은 타계 전날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로부터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건강상 이유로 아들 김유하씨가 대리 수상했다. 영화제 사무국은 "100세를 앞둔 나이에도 산악인이 지켜야 할 가치와 등산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진정한 산악인 김영도를 기억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특별공로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모두가 등산의 육체적인 면에만 관심을 둘 때, 등산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깊이 있는 방향성을 평생에 걸쳐 제시해 온 고인은 산악계의 큰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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