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SM엔터가 동시에 투자한 증강현실(AR) 기술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휴대전화로 3cm 오차 3D 공간 데이터 완성하는 신기술 보유”
“누구나 ‘포켓몬고’ 같은 AR 콘텐츠 만들게 될 것”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
정보가 많이 오가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간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경기도내 공공 시설물 안전점검에 적용해 시간 비용 절감
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독특한 AR 콘텐츠 손쉽게 구축 가능…관광지나 복합몰 등 쓰일 곳 많아
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
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 내용 |
스마트 안경 및 공간 컴퓨팅 소프트웨어 솔루션 |
주요 제품 및 서비스 |
산업 및 안전사고 현장 점검 AR 솔루션 ‘ARON’ 실내 공간을 AR 공간화하는 실내 측위 서비스 |
주요 기술 |
스마트 안경용 비전인식 기술 및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 시각측위시스템(VPS) 활용한 공간 컴퓨팅 원천 기술 |
투자 받은 금액 |
누적 36억 원(시드 3억 원 및 pre-A시리즈 33억 원) |
투자 기관 |
현대차그룹, SM컬처파트너스, 스파크랩,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
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 |
김현배 대표이사 포함 총 38명(연구 및 개발 36명, 경영 및 관리 2명) |
설립일 및 소재지 |
2019년 7월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
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IT 물결 바뀌 시기 다가온다고 느끼고, 그 기회 잡고 싶어 창업
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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