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나이츠 선수단, 가상 공간에서 정말 '중세 기사'가 됐다

버추얼 휴먼 제작 기업 온마인드, 선수단 22인 3D로 재현
유명 가상인간 '나수아'도 치어리딩 선보여

버추얼 휴먼 제작 기업 온마인드가 제작한 가상의 SK나이츠 선수단이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영상 속 중세 기사로 변신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프로농구 SK나이츠 선수단이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팀 이름처럼 '중세 기사'로 변신했다. 철갑옷으로 무장하고 오크 군단과 칼을 휘두르며 맞서 싸운 선수단의 실체는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이었다.

버추얼 휴먼 제작기업 온마인드가 SK텔레콤과 손잡고 SK 농구단의 전희철 감독 및 코치단, 김선형, 오세근, 허일영 등 선수 전원을 포함한 총 22인을 버추얼 휴먼으로 재현해 선보였다고 23일 밝혔다. 가상인간이 된 선수들은 개막전을 앞두고 경기장 상단에 펼쳐진 선수단 소개 영상 속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싸워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선보였다. 또 온마인드의 프로젝트 중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 '나수아'는 경기 도중 4쿼터 작전 시간에 경기장 내 디스플레이로 등장해 SK나이츠 치어리더팀과 함께 응원가 '질풍가도'에 맞춰 치어리딩을 선보이기도 했다.

온마인드는 이번 영상을 만들기 위해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그대로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선수들 모습을 가상 공간에 복제했다. 3차원(3D) 스캔 장비인 '포토그래메트리'를 써서 선수단의 얼굴 골격, 홍채, 눈물샘, 피부 솜털, 주름 등을 섬세하게 구현해 실사감을 높였다. 포토그래메트리는 여러 카메라를 사용해 사람을 찍은 뒤 고품질 이미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3D 공간의 좌푯값을 생성해 '폴리곤' 데이터로 가상 인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온마인드는 기술진이 카메라 129대와 조명 50대로 포토그래메트리 장비를 자체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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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긴밀한 협업... "라이브 콘텐츠·AI 가상인간 등 구현 예정"

온마인드가 SK나이츠 선수단의 가상 인간을 제작하기 위해 활용한 포토그래메트리 3D 스캔 장비. 온마인드 제공

온마인드가 제작한 SK나이츠의 전희철 감독과 김선형 선수의 가상인간 모습. 온마인드 제공

온마인드는 내년을 목표로 실시간 렌더링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 휴먼 라이브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용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하고 수익까지 만들어내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세계아이돌'이나 '플레이브'처럼 3D 캐릭터가 온라인 방송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버추얼 휴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는 'AI 버추얼 휴먼'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최신 결과물을 다음 달 17일 SK그룹 차원에서 개최하는 'SK테크서밋'에 선보일 예정이다. 온마인드는 SK그룹의 투자 사업을 담당하는 SK스퀘어의 투자를 받았으며 '나수아'가 SK텔레콤의 AI 서비스 '에이닷'의 메인 홍보 모델로 활약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김형일 온마인드 대표는 "SK나이츠와 협업을 통해 버추얼 휴먼의 기술력을 대중에 증명하고 활동 무대를 스포츠 업계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사람과 교감하고 더 나아가 사람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는 버추얼 휴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