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경쟁자서 '배터리 동맹'으로…정의선·이재용, 맞손 3년만에 결실
2020년 삼성SDI 천안사업장 회동 결과물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현대자동차와 삼성SDI가 '전기차-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한때 완성차 분야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현대차와 삼성이 이차전지 분야에서 공급 계약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3일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은 전기차 50만대분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로부터 모두 배터리를 공급받게 됐다.
두 회사의 배터리 협력은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총수는 이전까지 사업을 목적으로 만난 적이 없어 재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당시 두 총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후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교류와 선행과제 수행 등을 이어오며 상호 이해도를 높인 끝에 이번 계약 체결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삼성과 현대차는 과거 수직계열화 시기 현대의 반도체 산업,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 등으로 경쟁 관계였다. 이 탓에 차량 부품업체 하만으로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를 공급받았던 현대차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하자 협력사를 LG전자, 보스(BOSE) 등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해당 사업을 접으면서 경쟁 분위기는 다소 완화됐다. 또 이 회장과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에 디지털 사이드미러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한 것이 협력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두 그룹은 전장사업에서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GV60에는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올해 현대차가 삼성전자의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 목록에 추가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분야로 협업의 영역이 넓어졌다. 이달에는 삼성전기가 주차지원 시스템에 적용되는 카메라 모듈을 현대차에 공급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으로 현대자동차에 개발 중인 6세대 각형 배터리인 P6를 공급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신제품은 전기차 충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니켈 비중이 91%로 높아진 양극재를 사용했다. 음극재에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향상시켰다. 또 실리콘 소재 적용과 제조 공법 개선으로 10분 만에 80%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P6는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자동차의 유럽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현대자동차와의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라며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로 장기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사의 협력에 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발전하면서 삼성과 현대차에서 갈등보다 협력이 훨씬 더 큰 시너지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삼성이 현대차와 전장 부품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 역시 테슬라 질주로 격화된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배터리를 포함해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2030년까지 전기차 364만대를 생산해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앞으로 삼성 외에도 파트너들을 더 보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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