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명, 윤석열 정부는 ‘견제’·당은 ‘단합’ 강조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3. 10. 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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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과의 ‘단합’을 주요 메시지로 내걸고 당무에 복귀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분열을 막고 윤석열 정부 견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당 통합, 민생, 대여 관계 재정립, ‘사법 리스크’ 극복 등 녹록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찍은 것으로 지목된 소속 의원 5명(김종민·설훈·이상민·이원욱·조응천)을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소속 의원 5명에 대한) 윤리심판원 (회부) 논의 자체를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당내 가결파 색출 움직임에 한 달 넘게 침묵해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가결파 징계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바 ‘해당 행위자’ 징계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재명(친명)계 최고위원들은 ‘해당 행위자 징계’를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분열 요소를 막기 위해 징계 논의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 대표의 징계 보류 결정으로 당내 계파 갈등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가결파를 징계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당 통합을 위해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신 민생을 강조하면서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다. 정부에는 내각 총사퇴와 내년도 예산안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함” “정부의 폭압” “정부 심판” 등 날 선 단어를 썼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분열한 지지층들을 다독여 정부 견제에 힘을 모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지는 않았다. 대신 당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하자 역제안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도 협조할 뜻을 밝혔다. 여당과 협조할 사안은 협조하면서 여당이 제기하는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돌아온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 앞에는 내년 총선까지 가시밭길이 놓였다.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오차 범위 내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총선을 앞둔 이 대표의 핵심 과제다.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더 많은 중도층이 지지할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과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문제는 총선 공천이 다가올수록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당 지도부가 다음달 총선기획단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할 수도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중심의 선대위’를, 비명계 의원들은 ‘통합형 선대위’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민주당에 악재다. 검찰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이 대표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 전에 이 대표에 대한 3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로 훼손된 유권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과제가 될 수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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