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거 앞두고 대만기업 폭스콘 세무 조사…총통 출마한 창업자 사퇴 압박용?
중국 당국이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 기업 폭스콘에 대해 세무 조사와 토지 사용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총통 선거를 8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이번 조사가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총통 후보로 출마한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의 사퇴를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세무 당국이 광둥성과 장쑤성에 있는 폭스콘 사무소에 대해 세무 조사를 실시했으며, 중국 자연자원부는 허난성과 후베이성의 폭스콘 공장 토지 사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이번 조사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시장 감독 활동이라고 전했지만 정확한 조사 이유나 결과는 보도하지 않았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 등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기업으로 중국 허난성 정저우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당국이 본토에서 수십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기업에 대해 갑작스런 세무 조사와 토지 사용 조사를 실시한 것에 대해 대만 총통 선거 정국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은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총통 후보 선출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뒤 지난 8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는 기존에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인 민중당을 놓고 갈라진 야권 표심을 더욱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중 성향 집권 민진당의 재집권을 바라지 않는 중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궈타이밍은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다음달 2일까지 유권자의 1.5%에 해당하는 29만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 시점을 앞두고 이뤄진 중국 당국의 폭스콘 조사가 궈타이밍에 대한 사퇴 압박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총통 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조사가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며 ‘정치적 이유’가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타임스도 관련 보도에서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궈타이밍은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과 비슷한 정치적 입장(친중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의 선거 출마는 대만 야권을 더욱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분리주의 여당인 민진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사는 정상적인 것이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 지역 평화·안정에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경제계를 포함한 대만해협 양측의 중국인들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궈타이밍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대만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총통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현재 대만 총통 선거는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와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후보간 3파전에 무소속인 궈타이밍 후보가 가세해 복잡한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야권 후보들에 앞서고 있는 추세지만, 국민당과 민중당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어 아직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당과 민중당의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고, 궈 후보까지 무소속 출마를 포기한다면 야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궈 후보는 2020년 총통 선거 때도 국민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실패한 뒤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 했지만 결국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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