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박사 테너 "전쟁 아픔, 음악으로 위로"
음악축제 '힉엣눙크'서 강연도
작곡가 브리튼의 전쟁 음악 소개
'박사 테너'로 유명한 영국의 대표 성악가 이언 보스트리지(59)가 자신이 존경하는 근현대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을 주제로 삼아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9~22일 열리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초청이다. 올해 6회를 맞는 힉엣눙크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정해진 형태나 경계 없이 음악계 최신 동향을 반영하는 축제다. 개막 무대에 오르는 보스트리지는 음악과 전쟁, 정체성 등 현대사의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육성되는 여느 클래식 음악가와 달리 보스트리지는 29세에 성악가가 된 특이 사례다.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로 대학 강단에 서다가 뒤늦게 재능을 발견했다. 독일 가곡(리트)과 슈베르트·슈만 레퍼토리의 전문가로 꼽힌다. 클래식 앨범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13차례나 후보로 지명되는 영예도 안았다.
그는 이번 내한에선 '음악, 인문학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강연(11월 9일 거암아트홀)을 열고, 이어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11월 14일 예술의전당)을 부른다.
강연은 특히 작곡가 브리튼과 전쟁의 연관성에 대해 다룬다. 보스트리지는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0세기를 통틀어 브리튼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곡가"라며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작품으로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특히 브리튼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걸작으로 꼽히는 '전쟁 레퀴엠'을 통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보스트리지는 이번 강연 주제와 관련해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일뤼미나시옹은 "관능적이고 재미있으면서 어둡기도 한, 인간사를 거울처럼 온전히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가 쓴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9개의 산문시에 브리튼이 선율을 붙인 가곡으로,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다. "브리튼 작품에선 언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의미만큼이나 중요해요. 가사를 미리 읽고 들어보면 소리와 뜻을 결합해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제 목소리가 전보다 더 어둡고 커져서 음악에 변화를 줄 것 같아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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