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영풍제지 미수금 공시에 주가 20% 넘게 급락
국내 온라인 주식 거래의 강자 키움증권이 연이어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리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말 SG증권발(發) 무더기 하한가 사태 때 키움증권이 속한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 대규모로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엔 허술한 리스크 관리로 영풍제지 시세 조종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23일 키움증권 주가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20% 넘게 급락했다. 이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인 키움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23.9% 하락한 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영풍제지 하한가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미수금이 올 상반기 키움증권 순이익(4258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키움증권을 향해 “개미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증권사인데 뒤통수를 쳤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주가조작 일당 놀이터 된 키움증권
영풍제지는 특별한 호재성 공시 없이 올해만 주가가 7배 이상 뛰었다가 지난 19일 돌연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튿날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4명은 지난 20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에 투자자들이 키움증권에서 미수거래를 위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 미수거래란 정해진 증거금률만 내고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이전까지 증권사에 돈을 갚는 초단기 ‘빚투’(빚내서 투자) 방식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석연치 않은 주가 흐름을 보인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막았다. 삼성·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신한투자증권 등은 한국거래소가 영풍제지를 올해 두 차례나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경고하자 지난 7월까지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사실상 미수거래를 차단했다. 전액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해오다 해당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19일에야 100%로 조정했다. 증권가에선 주가 조작 세력이 그간 증거금률이 낮은 키움증권 계좌를 통해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웠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영풍제지 시세 조종 일당은 약 1년간 100여 개의 계좌를 동원해 영풍제지 주가를 조금씩 끌어올렸는데, 의심 계좌의 상당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이 허술한 리스크 관리로 영풍제지 주가 조작 일당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60거래일간 영풍제지 주식 거래가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키움증권(순매수 673만주)으로 한국투자증권(91만주 순매도), 제이피모건(12만주 순매수) 등 다른 증권사를 압도했다.
키움증권이 주가 조작과 관련해 연이어 구설에 오르자 투자자들의 불신은 확대되고 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다른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키움증권은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실적 충격 불가피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의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5000억원에 달하는 영풍제지 미수금 회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민기 연구원은 이날 키움증권에 대한 보고서에서 “영풍제지가 거래 재개된 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할 경우 (미수금 중) 2000억원, 5거래일 연속 하한가일 경우 약 3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KB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키움증권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23% 낮췄다. 목표 주가는 현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5.4%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 신용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규희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키움증권의 평판 및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고객기반 훼손으로 이어지면 중장기적 실적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미수금 확정 손실 규모 및 영업 기반 훼손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필요 시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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