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초소에 축산차량 줄 지어”…럼피스킨병 확산에 농가 ‘발동동’[현장에서]

강정의·이삭 기자 2023. 10. 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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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서만 9곳 등 전국서 총 17건 확진
“70~80대 방문차량, 120여대로 늘어”
“해외 흡혈 곤충 통한 국내 유입” 추정
충남 예산 축산농가에 머물렀던 차량이 23일 오전 방역 통제초소인 아산효자초소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축산차량은 꼭! 소독받으세요.’

23일 오전 방역 통제초소인 충남 예산과 아산의 경계에 있는 아산효자초소 앞에는 축산차량 방역을 위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초소에는 방역을 위해 진입하려는 축산농가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다. 초소 근무자인 이모씨(70대)는 차량이 초소에 진입할 때마다 방역 과정을 안내했다.

이씨는 “소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만 해도 닭과 돼지 전염병을 막기 위해 운영되던 초소”라면서 “럼피스킨병이 퍼지면서 이곳을 지나는 축산차량이 70~80여대에서 120여대 이상으로 2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축산차량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방역필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방역을 마치려는 차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아산은 최근 럼피스킨병이 집중적으로 나온 서산·태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지역이다.

차량 방역 절차를 거친 운전자들은 초소 인근에 주차를 한 뒤 아산시가축방역 초소에 들어가 개인 소독을 했다. 초소에서 방역 필증을 가지고 나온 운전자들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씨는 “소 바이러스 전에는 큰 통에 담긴 소독약 1통 정도를 썼지만, 지금은 2~3통을 쓴다”며 “초소에 상시 근무하면서 부족한 소독약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23일 오전 충남 홍성군 홍동면 한 축산농가의 모습. 강정의 기자

국내에선 처음인 럼피스킨병 확산으로 축산농가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소 5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A씨(80대)는 “어미소 중 10여마리는 송아지를 밴 상태라 걱정”이라며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라는 날부터 매일같이 농장을 소독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철 충남한우협회장은 “갑작스러운 전염병 발생에 지역이 총비상”이라며 “다들 개인이 할 수 있는 방역에 열을 올리며 종식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 축산농가에 머물렀던 차량이 23일 오전 방역 통제초소인 아산효자초소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이날 오전 10시 기준 확진 사례는 총 17건으로 늘었다. 이중 충남지역에서는 서산(6곳)과 당진(2곳), 태안(1곳)에서 9건이 발생했다. 경기 김포와 평택·화성, 충북 음성 등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충남도는 바이러스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발병 농가의 한우 등을 살처분하고 농가 주변에서는 방역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발생 지역을 포함해 인근 지역 7개 시·군에서는 9만9640마리 소를 대상으로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도 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팀을 파견해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라며 “소 농가에서는 살충제 살포 등 구충 작업과 농장·주변 기구 소독 등을 실시해야하며, 바이러스 발생이 의심될 때에는 가축방역관에게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충남에서는 대규모 한우단지인 홍성을 비롯해 서산과 당진·태안 등에서 한우와 젖소 등 53만여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는 전국 소 사육두수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충남 아산효자초소 근무자가 23일 오전 럼피스킨병 방역을 위한 소독약통을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정부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병 원인을 해외 흡혈 곤충을 통한 전염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럼피스킨병 발생 및 조치계획’을 보면, 이번 럼피스킨병은 발생 농장 소들의 증상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난달 중순쯤 해외 흡혈 곤충을 통해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해안 인근 지역인 경기 김포·평택, 충남 서산·당진·태안이 오염돼 당분간 바이러스 추가 발생 가능성도 있다.

럼피스킨병은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고열과 피부 결절(단단한 혹)이 특징이며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고 폐사율은 10% 이하다.

충남 예산 축산농가에 머물렀던 차량 운전자가 23일 오전 개인 소독을 위해 방역 통제초소인 아산효자초소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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