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감독 “삼례나라슈퍼 사건, 단순 연민으로 끝나선 안 돼”

정지영 감독이 ‘소년들’에 담긴 진심과 소신을 밝혔다.

정지영 감독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소년들’(감독 정지영)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정 감독은 “이 사건은 대중에 많이 알려졌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지’하고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사건만은 그렇게 지나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불쌍하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리도 그 세 소년들이 감옥에 가는데 무의식적으로 동조한 게 아닌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한 ‘소년들’은 슈퍼마켓 강도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3명의 소년이 겪은 실화를 담는다. 국가 권력의 모순과 그로부터 피해입은 이들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배우 설경구와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넘어 잊을 수 없는 실화 사건들을 꾸준히 영화로 옮긴 정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는다. 부당 해고를 당한 교수가 사법부를 상대로 벌인 사투를 다룬 ‘부러진 화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깊이 관여한 모피아를 고발하는 ‘블랙머니’를 잇는 ‘정지영 실화 3부작’으로도 불린다.

정 감독은 “감독으로서 사건에 진정성, 사실성 있게 다가갔지만 많은 관객들과 나누고 싶어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며 “사실 현실에선 황준철이란 사람은 나올 수가 없다. 보통 변호사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가지 않나. 하지만 ‘소년들’에서는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맞다 싶어 다른 사건의 인물을 가져와서 입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렇다고 사건의 뼈대를 흐트러트리거나 왜곡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년들’은 11월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