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 돌아온 감기에 먹던 약 또?…효과 좋았다고 다시 먹었다간

정심교 기자 2023. 10. 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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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가 이어지면서 감기·독감 환자가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10월 첫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14.6명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가족·지인에게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모아둔 항생제를 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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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큰 일교차가 이어지면서 감기·독감 환자가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은 10월 첫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14.6명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23~24절기(올해 9월∼내년 8월) 유행 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6.5명보다 2.2배 많은 수치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그런데 감기로 의심될 때 병원을 찾지 않은 채 예전에 처방받고 '남은 항생제'를 찾아 먹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항생제가 감기를 치료할 것이라 여겼다면 '오산'이다.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을 죽이는 약이다. 바이러스성 감기에 항생제를 임의로 먹어 남용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만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정부가 발표한 항생제 내성(AMR)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슈퍼박테리아로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어떠한 강력한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항생제 내성균'이다. 항생제를 필요할 때만 제대로 써야 항생제 내성균을 최소화할 수 있단 얘기다.

기존에 받아놓은 처방 약에서 항생제 알약만 빼내 보관하는 가정이 종종 있다. 심지어 가족·지인에게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모아둔 항생제를 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항생제 남용 우려 외에 간과할 수 있는 게 또 있다. 바로 항생제의 '종류'다.

감기처럼 콧물은 나는데, 맑은 콧물이 아닌 엷은 갈색의 화농성 콧물이라면 '세균성' 부비동염일 수 있다. 이 경우 항생제를 써야 하는 건 맞다. 마이코플라즈마·클라미디아·백일해 등의 감염으로 기침하는 경우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 문제는 항생제의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는 것. 항생제 종류에 따라 보관해야 하는 온도·기간도 다르고 감염병 유형별로 쓰는 항생제 종류도 다르다. 따라서 의사의 지도 없이 임의로 항생제를 찾아 먹는 건 금물이다.
세균성 감염병일 땐 항생제 반드시 먹어야
항생제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질환이 따로 있다. 세균성 감염병이다. 요로감염(방광염·신우신염) 및 중이염은 세균이 원인이다. 목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는 편도선염 대부분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일부는 사슬알균이라는 세균 때문에 발병한다. '세균성' 부비동염·중이염·인두염·폐렴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감염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세균이냐 바이러스냐에 따라 증상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성 폐렴'은 병변이 폐 가운데 생기지만 '세균성 폐렴'은 병변이 큼직하고 넓게 퍼진다.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았다면 의료진이 지시한 복용 기간·양·용법을 지켜야 한다. 처방일수를 채우지 않았는데 증상이 좋아졌다고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멈추면 몸속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세균이 또다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심은희 과장은 "간혹 항생제를 먹어야 효과가 좋다거나 항생제를 소화제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며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닌데도 항생제를 먹으면 효과가 없을뿐더러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이 생겨 항생제가 진짜로 필요할 때 약효가 떨어지는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이 조제한 약은 처방한 일수까지만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약국에서 약을 분쇄하거나 봉지에 담을 때 온도·습도 등 보관 환경이 달라지므로 먹고 남은 약은 버려야 한다. 특히 약을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슈퍼박테리아 등 내성균의 전파로 식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 반드시 약국·보건소·아파트 등에 비치된 지정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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