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부족’ 해결 답안지에 ‘의대 정원 확대’만?… ‘공공의료’ 확충방안 변수될까

김향미·민서영 기자 2023. 10.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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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9일 지역·필수의료 전략회의를 통해 2025년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증원 규모와 방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정책 방향만 발표하고 대부분 ‘빈칸’으로 남겨뒀다. 각계에서 “의사 수를 충분히 늘리고” “공공의료 확충안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대병원 역할 증대’만으로는 한계…“의대 정원 충분히 늘려야”

우선 정부는 전국 17개 국립대병원(본원 10곳+분원 7곳)의 의사 인건비와 정원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국립대병원이 지역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게끔 관련 예산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한국 의료체계 특성상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국 의료체계는 의료기관 수를 보면 민간이 95%, 공공이 5%를 담당한다. 의사를 지역이나 필수의료 진료과목에 종사하게끔 강제할 수 없으니 임금이나 수가(의료행위 대가) 인상 등의 유인책을 쓸 수밖에 없다. 병·의원을 개설한 개원의와 의료기관에 고용된 봉직의의 임금격차도 큰 편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금도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국립대병원들이 개원의로 나가려는 의사들을 붙잡기 위해 매년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의사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면 병원 내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들과 임금격차만 심화할 수 있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의사 수 부족에 따른 의사 몸값 상승 패턴’을 지적하면서 “국립대, 지방 소규모 의대 정원을 각각 늘리고 공공의대도 필요하다면 설치해 정원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 정원이 늘어나면 남은 인력은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증원 규모를 두고 그동안 351명(의약분업 계기로 줄어든 정원)이나 국립대 의대 중심으로 500명대, 1000명 이상 등이 언급됐다. 정부는 증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가 반발하고 사교육계가 들썩이면서 의견 수렴을 더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10여년 후 의사가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에 근거하고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팀 연구(2020년)에 따르면 2030년 의사는 2만5746명이 부족하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가 지난 6월 정부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2021년)에 따르면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 “의사 부족” vs “의사 넘쳐”···정부 포럼에서 맞붙은 전문가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6271540001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 등 ‘공공성 확보’ 정책 빠져

정부가 국립대병원 강화 정책을 추진키로 했기에 정원 증원 방식은 국립대 의대 정원 확대가 유력하다. 여기에 지역 지방의대 중 정원이 50명 미만인 사립대 정원도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의무 복무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도입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공공의대 신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수련기관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난제로 꼽는다. 지역의사제는 의사의 이동권 제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가급적이면 자발적으로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데 방점을 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학 입시전형에서 지역인재선발 전형을 확대하고, 전공의 배치에서 비수도권 비율을 높이는 안을 추진한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공공의대나 공공의전원을 만들면 아예 처음 선발할 때부터 단일한 목적을 가지고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수련·교육 측면에선 좋을 것”이라며 “다만 의대를 만드는 데 드는 재정이나 인력 등 우려에 대해선 정부가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공공의대를 지어 공공 인력을 뽑는다면 기존처럼 민간 병원이 하나의 의과대학을 소유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지역의 공공병원이나 국립대병원 등 모든 병원을 동원해 네트워크를 구성해 수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수련 병원이 없기 때문에 의대를 못 만든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대형 종합병원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고속철도 수서역 앞에서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에 공공의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하다가 재정난을 겪는 지방의료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 측은 의대 정원을 늘리되 공공의료 지원을 강화해 의사가 수도권이나 비필수의료에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신설 등을 포함한 공공의료 확충 요구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무에 복귀하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 반영을 위해서는 내년 4월까지는 증원 계획을 짜야 한다. 복지부는 당초 11월2일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의대 정원 논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이 일정을 오는 26일로 일주일 앞당겼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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