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크루즈 여행을 떠나요[지구용]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돈 1만원이라도 내가 쓴 돈이 세상을 더 낫게 바꾸길 바라는 용사님 많을 겁니다. 에디터들도 같은 마음입니다. 얼마 전 만난 김정식 세상에없는세상 대표님은 우리들의 그런 희망을 도와주는 분이셨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업사이클링, 공정무역, 공정여행(+친환경 크루즈 여행)까지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거든요. 지구용의 짐니 객원 에디터가 김 대표님을 만나 들은 이야기 전해 드립니다.
세상에없는세상은 2015년 여행사로 출발했습니다. 대안학교 선생님 출신인 김 대표님은 창업을 할 때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공정여행의 대중화를 목표로 현지 차량, 호텔을 이용하고 현지인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기획했죠. 채식 투어 프로그램, 친환경 어메니티를 쓰는 숙소 등도 적극 활용. 원숭이 쇼, 코끼리 타기 체험 같은 건 당연히 안 합니다. 여행 상품에서 나오는 수익의 10%는 현지 동물보호단체 등에 기부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품이든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대표님은 이렇게 판단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정여행은 성지순례 떠나듯, 각오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무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정과 환경이란 가치를 내세우면 일시적인 반향만 얻을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공정여행이란 설명 없이, 남들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인원수가 채워지지 않아도 출발하는 좀더 프라이빗한 여행상품. 2015년 당시에는 여행업계에서 '망한다'면서 말렸지만 결과는 대박이었습니다. 비싸더라도 '우리 일행만' 가는 프라이빗한 여행에 대한 수요가 꽤 많았던 겁니다.
내년 여름쯤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미뤄뒀던 ‘지속가능한 크루즈 여행’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김 대표님의 말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은 석유 선박보다 탄소배출량이 20% 정도 적고, 더 나아가 수소·태양광·풍력 에너지만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도 점점 흔해질 전망입니다.
2018년에 여행 기념품 제작으로 시작한 공정무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력 사업이 됐습니다. 국내에서 공수한 폐페트병(중국산 폐플라스틱은 운송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늘어납니다) 등을 재료로 가방, 현수막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 1907’이 대표적입니다. 대표님은 초기에는 학교, 회사, 공장 등을 찾아다니면서 폐플라스틱을 조달하셨는데(취지를 듣고는 대부분 흔쾌히 보내주셨다고), 이제는 먼저 가져가 달라고 제안해주시는 아파트 주민회, 기업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얏트호텔과 협약을 맺고 객실에서 나온 빈 생수병들을 공수해 제품 제작에 쓰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만든 친환경 원단은 20~30%는 프로젝트1907에서 쓰고, 나머지 분량은 다른 기업들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요즘 이런 원사, 원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을 원사·원단으로 업사이클링하면 그 이후엔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고 계신 분들 많을 겁니다. 에디터도 그렇게 알고 있어서 콕 집어 여쭤봤더니 대표님은 "롯데, SK 등에서 이미 한번 업사이클한 제품들을 다시 재활용(=화학적 재활용)하는 기술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역시 기술의 한계란 없는 걸까요? 심지어 아주 짧은 기간에 신기술이 개발되고 곧 적용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감탄스럽고도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봉제까지 전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면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지지 않을까요? 가격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이니까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원자재, 원료 등을 전부 직접 소싱해서(=중간 마진 없음) 생각보다 안 비싸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소품샵에서 라탄트레이(아마도 공장제)를 사려면 몇만원 했던 것 같은데 '온전히 지구'에선 1만1000원이라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사회적 기업, 친환경이니까 사달라기보다는 제품이 예쁘고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그냥 제품이 좋아서 샀더니 심지어 환경에도 좋다, 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산만 해도 아주 튼튼한, 평생 써도 될 법한 우산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이 원단으로 내년쯤엔 아웃도어&캠핑 분야로 확대할 계획도 있으시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환경 브랜드나 제로웨이스트샵이 최근 몇년간 엄청 많이 생긴 만큼 많이 망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현상과 관련해 "브랜드만의 차별점, 경쟁력 없이 유행만 따라가다 1인 기업 이상으로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세상이없는세상이 체감하는 이 시장의 수요는 급상승 중"이라고 진단해 주셨습니다. 문 닫는 제로웨이스트샵과 친환경 스타트업들을 보고 가끔 슬퍼지곤 했었는데, 시장이 작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꾸준한 관심과 응원으로 친환경 업계(!)에 힘 실어주시길 당부드려 봅니다.
△프로젝트 1907 - 업사이클링 브랜드. 플라스틱이 발명된 1907년 이전의 지구를 꿈꾼단 의미.
△자연상점 -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제로웨이스트 제품 500여종 상비. 씨앗키트, 도시재생 교육용 보드게임 같은 교육용 키트도 인상적.
△온전히지구 - 라탄 트레이, 해초 테이블 매트 등등 100% 자연 소재의 생활용품만 모아둔 공정무역 상점.
△세상에없는여행 - 전세계 단독여행, 공정여행
△베트남스토리 - 베트남 단독여행, 공정여행
△더크루즈 - 지속가능한 크루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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