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문석영씨가 국감 나선 이유…“쓸모있는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
“금쪽 같은 동료지원가 사업이 절대 폐지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3일 오후 2시45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 참고인으로 출석한 시각·발달 중복장애인 문석영씨가 마이크 앞에 서서 말했다. 문씨는 자신과 같은 발달장애인을 만나 상담하며 취업의지를 복돋는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최초로 국감장에 선 문씨는 이날 3분 동안 자신이 하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 말했다.
문씨는 2022년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10년간 반짓고리를 만드는 공장에 다녔다. 2012년부터 2022년 2월까지 10년간 몸 담은 이곳에서 문씨는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했다. 비장애인 동료 4명이 발달장애인을 약골로 보고 말을 걸지 않거나 무시하는 분위기가 적응을 힘들게 했다. 문씨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물건을 만드는 일보다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었다”면서 “주눅이 들고 우울했고 혼자여서 외로웠다. 말할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문씨는 동료지원가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피플퍼스트센터는 말을 받아주는 이 없이 짐만 나르던 공장과는 달랐다. 다른 이의 얘기를 듣기 좋아하는 문씨는 동료지원활동을 준비하며 다양한 발달장애인 참여자의 고민을 듣는다. 자신이 사회생활하며 느낀 어려움이나 차별받았을 때의 대응법을 공유하며 상대방의 취업을 응원하기도 한다. 문씨는 “‘취업하고 싶다’며 센터로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님, 우리 실적이 낮다면 실적을 높일 수 있게 같이 연구해주시고 앞으로도 동료지원가 사업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문씨가 국감장에 앉아있는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노동부는 사업중복성과 실적 부진을 이유로 내년도 중증장애인 지역연계 취업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019년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문씨와 186명의 동료지원가들은 예산 삭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동료지원가들을 다른 일자리로 연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이정한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동료지원가와 보건복지부의 동료상담가는 엄연히 다른 사업’이라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여러 수단과 복지부 협조를 통해 187명이 고용안정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씨는 노동부가 말하는 다른 일자리는 싫다고 했다. 동료지원가 일자리가 사라지면 이전에 다니던 공장에서 느끼던 소외감이 반복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27명의 발달장애인 참여자를 만나며 느낀 보람을 이어갈 수 있을까. 187명의 동료지원가를 대표한 참고인 문씨가 말했다. “동료지원가로 일하면서 뼈를 묻고 싶습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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