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미국사회 새 '화약고'…파업으로 뭉친 할리우드도 두쪽 났다
무대서 이스라엘 비판했다 관객과 말싸움…한쪽에선 반유대주의 규탄 모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대한 입장을 두고 미국 사회가 분열하고 있다.
대학가, 재계에 이어 할리우드에서도 노동조합에 내홍이 이는 등 이번 전쟁이 미국 사회의 새로운 '화약고'가 돼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할리우드 작가 75명은 지난 20일 화상 회의를 열고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작가조합(WGA)의 입장과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WGA가 이번 전쟁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내놓을 때까지 마감을 미루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WGA는 할리우드 영화·방송 작가 1만1천500명이 소속된 노동조합이다.
최근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기본급과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을 이끌며 강한 단결력을 보여줬으나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는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WGA는 현재까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유대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WGA가 이스라엘 지지 선언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코미디언 제리 사인필드와 영화 '보랏'으로 유명한 배우 사샤 바론 코헨, '모던패밀리' 시리즈 공동 제작자인 스티븐 레비탄과 '길모어 걸스'를 쓴 에이미 셔먼-팔라디노 등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은 공개편지를 써 "테러범이 이스라엘을 공격해 살인과 강간, 납치를 저질렀지만, 미국작가조합은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GA는 이전에 혐오 범죄나 낙태 허용, 무슬림 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두고는 명확한 입장을 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메리디스 스티엠 WGA 서부지구 회장은 지난 21일 일부 조합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사회는 최근 몇 주간 회원들이 느끼는 고통을 공감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단순한 해답이 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티엠은 "조합원들이 그렇듯이, 이 문제에 대한 이사회의 관점 또한 다양하며 우리는 하나의 합의에 다다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고 WSJ가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연예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reative Artists Agency·CAA) 고위 에이전트인 마하 다킬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규탄을 사고 회사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일도 벌어졌다.
톰 크루즈, 나탈리 포트먼, 마돈나 등 유명 연예인의 에이전트로도 알려진 다킬은 자신이 맡고 있던 CAA의 영화 담당 부문의 공동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미국의 정상급 코미디언인 데이브 샤펠은 지난 19일 보스턴의 한 극장에서 코미디쇼를 하던 중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했다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등 할리우드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반유대주의 규탄 모임이 열리고 있다.
아이거 CEO와 드라마 '유포리아'를 만든 샘 레빈슨 감독,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데이비드 마멧 등은 지난주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다니엘 러브가 연 반유대주의 규탄 모임에 참석했다.
러브는 지난주 미국의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주최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반유대주의 논의 콘퍼런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두 행사는 모두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에 계획됐던 행사로, 최근 미국 내에서 반유대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기획됐다고 WSJ은 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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