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에 거친 얼굴' 유승호의 변신 "첫 담배·욕설 연기, 손 바들바들"

이근아 2023. 10.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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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쟤(민우)가 뭐라고 생각하냐? 인질이기 전에 우리 친구야."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준성(유승호)은 퇴학 위기에 처한 의대생 재효(김동휘)의 주도로 동창이자 돈 많은 집 아들 민우(유수빈)를 인질로 삼은 납치극에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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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흔들리는 청춘 '준성'의 유승호
삭발에 욕설 연기까지 "진중한 역 주로 해 제안받고 놀라"
데뷔 24년 차 30대 "'집으로' 이젠 내가 봐도 귀엽더라"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도박으로 큰 빚을 진 준성을 연기한 배우 유승호. 웨이브 제공

"너는 쟤(민우)가 뭐라고 생각하냐? 인질이기 전에 우리 친구야."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준성(유승호)은 퇴학 위기에 처한 의대생 재효(김동휘)의 주도로 동창이자 돈 많은 집 아들 민우(유수빈)를 인질로 삼은 납치극에 휘말린다. "민우가 우리 얼굴을 봤으니 죽여야 한다"는 재효의 폭주에 민우가 친구임을 상기시키고 어떻게든 이 인질극을 '잘' 마무리하려 애쓴다. 그러면서도 준성은 자신이 사이버 도박으로 진 빚 앞에서 돈이란 욕망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재효가 '악'이라면 준성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고 하는 캐릭터예요. 납치가 범죄란 것도 알고, 모든 일을 잘 해결하고 싶지만 처한 상황(빚)과 아픈 아버지와의 관계, 친구 등이 준성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요." '거래' 7·8회 공개를 앞두고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승호(30)는 준성의 캐릭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에서 퇴학 위기에 처한 의대생 재효(김동휘)는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민우(유수빈)를 납치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준성(유승호)을 끌어들인다. 준성은 납치극을 함께 벌이면서도, 재효와는 달리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재효와 계속 부딪친다. 웨이브 제공

납치극이지만, '거래'의 초점은 세 친구의 변화하는 관계에 맞춰진다. 어제의 친구는 오늘의 인질이 되고, 내일의 공범이 된다. 관계 변화의 기저엔 계급이 숨어 있다. 학창 시절 평등한 줄 알았던 세 친구는 스무 살이 지나서야 계급의 차이를 실감한다. "너랑 나랑 1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해도 (납치해서 받을 돈) 5억 절대 못 모아"라며 납치극을 벌이자는 재효의 제안에 준성이 선뜻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준성은 이제 막 군대에서 전역했지만 억대 빚이 있는, 말 그대로 계급 사다리 가장 아래에 있다. 이러한 캐릭터는 그간 유승호의 필모그래피에서 볼 수 없던 시도다.

유승호는 "작품 제안을 받고 놀랐다"며 "배우로서 제가 가진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고, 이미지 변신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에 숨 쉬듯 내뱉는 욕과 흡연 연기도 낯선 모습이다. 유승호도 "전역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카메라에 보일 정도로 손이 바들바들 떨리더라"면서 "카메라 앞에서 욕하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처음이어서 '어색하면 어쩌지', '어떻게 비춰질까' 등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배우 유승호는 2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30대가 된 뒤 사소한 것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면서 "좋아하던 '혼밥' 대신 다른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 등과 같은 다른 분들에겐 쉬운 일이어도 내겐 큰 도전이었던 것들부터 차근차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 제공

영화 '집으로'(2002) 등으로 한때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유승호는 올해 벌써 30대가 됐다. 스무 살 땐 일부러 '집으로' 이야기를 피했다던 그는 이제 "내가 봐도 그때 너무 귀여웠다"며 너스레를 떨 줄 알게 됐다. 모범생 이미지로 꾸준히, 성실하게 연기해 온 그가 최근 삶의 화두로 삼은 건 '변화'다. 유승호는 "서른이 되니 마음이 좀 이상했다"면서 "이를테면, 사람 만나는 것도 긴장이 돼 혼자 있는 걸 좋아했던 것 등을 비롯해 '안 해본 것도 해보면 깨닫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른스러워 보이려 어울리지 않은 옷도 입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생각을 비우고, 당장의 작품에 집중하려고요. 사소한 것부터 작품 선택까지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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