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큰 회사 만들 생각 없다”… 김영섭 KT號, 속도전보단 역량 강화 우선
내실 다지기에 집중… 다음 달 조직개편 후 자신만의 경영 색깔 낼 것
M&A·스타트업 투자는 옥석 가리기
“마구잡이로 M&A(인수·합병)를 많이 해 큰 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큰 회사보다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욕망은 있습니다.”(2023년 9월 7일, 김영섭 KT 사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지난 8월 말 공식 취임한 김영섭 KT 사장이 통신그룹 KT호를 어떻게 이끌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급속도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T 노사가 이달 중순 평균 3%의 임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2023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타결을 마무리 한 데 이어, 다음 달 말에는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김 사장이 조직개편 이후 자신만의 색깔 있는 경영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연 매출 25조 통신그룹, 통신 외 미래 비전 필요
LG CNS 대표이사 출신인 김 사장은 LG CNS 재직 시절 기업공개(IPO) 추진과 실적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증권시장 침체로 기업공개는 현실화하지 못했지만, 재무통답게 실적개선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는 취임 후 2016년부터 본격적인 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해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IT서비스를 주력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그 결과, LG CNS의 매출은 2015년 3조2303억원에서 2022년 4조9697억원으로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39억원에서 3854억원으로 359% 늘었다.
다만, 연 매출 25조원의 KT그룹을 이끄는 김 사장의 향후 임무가 실적관리에 머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통신과 ICT(정보통신기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통신 외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내수 산업인 통신업종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체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넘어 미래 먹거리 발굴에 혈안이 돼 있다.
KT 이사회가 김 사장을 낙점한 이유에는 그가 다년간 LG CNS와 LG유플러스에서 쌓은 경험들이 KT의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KT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KT 이사회 윤종수 의장은 “김영섭 후보는 그간의 기업 경영 경험 및 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 “KT, 통신+IT로 최고의 ICT 회사 만들 것”
구현모 전 KT 대표의 경우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전략을 앞세워 ICT, AI(라벨리온), 미디어(현대HCN·현대미디어·알티미디어·밀리의 서재·주스 등), 바이오헬스(뉴로시그마·손드헬스 등) 등의 투자를 주도했다. 그는 디지코 생태계 구축과 함께 전략적 우군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지난해 1월 신한은행(4375억원 규모)에 이어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7500억원)과 지분 맞교환을 단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 맞교환은 구 전 대표가 가진 사업 부문에서의 전략적 판단도 있겠지만, 향후 백기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구 전 대표와는 다른 색깔의 사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 신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추진하면서 KT의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마구잡이식 M&A는 경계하면서도 기술혁신 스타트업과 제휴 및 M&A에는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M&A나 (이를 통해 영입되는) 신규 스타트업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능력이 닿는 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잘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KT가 질적으로 통신(Telco) 역량은 괜찮기에 IT 역량을 통합해 ICT 부문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를 희망한다”며 “그 과정에서 M&A와 스타트업 인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 360 아시아태평양(APAC)’에서 “통신사는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라며 “시장 창출 및 선도를 위해 다방면의 고객, 파트너사, 기술기업들과 협력하는 생태계 조성과 함께 글로벌 통신 사업자 간 네트워크 및 차세대 통신서비스 협력, 기술혁신 스타트업과 제휴 및 M&A를 적극 추진하자”라고 글로벌 통신사들에 제안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스템통합(SI) 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김영섭 사장이 SI 선두주자인 LG CNS 대표로서의 경험을 살려 통신업에 콘텐츠, 디지털, AI 분야를 융합한 전략을 보여주면 좋겠다”면서 “통신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요금제를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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