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보면 후회'... 끝없는 은빛 물결 제주 산굼부리
제주는 사계절 내내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시절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계절을 뽑으라면 단언컨대 가을이라 말하고 싶어요.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며, 비는 적게 오고 맑은 날이 많아 제주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청명한 제주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낭만적인 억새밭은 그윽한 제주의 가을을 취하기에 제격입니다.
제주에서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가을 감성을 흔드는 건, 알록달록 단풍이 아닙니다. 오름과 들판에서 금빛 줄기 위로 솜털 같은 꽃망울을 틔운 갈대 억새입니다. 수수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거센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은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제주도 '갈대 명소'를 검색하면 여러 곳이 나오지만 절대 빠지지 않는 스팟이 있지요. 바로 갈대가 오름 전체를 덮고, 바닷바람 따라 은빛으로 물결치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산굼부리'입니다. 그런데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산굼부리를 어릴 적 수학여행 코스에 가봤던 그저 그런 유적지로 생각하더라고요. '입장료까지 내면서까지 가봐야 하느냐?'고 하면서요. 그런데요. '진짜 가을 제주를 만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라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산굼부리라고 말해줄 겁니다. '산굼부리에서 만나는 노을 하늘과 억새를 배경으로 마음을 활짝 열고 가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보라'고 말이죠.
산굼부리는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된 분화구입니다.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어인데요. 360여 개의 한라산 기생화산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기생화산들과는 달리 커다란 분화구를 가지고 있어서 산체에 비해서 화구의 크기가 비교적 큰 편입니다. 이곳은 다양한 희귀식물들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 식물원이기도 한데요. 산굼부리의 식생은 한라산 동부의 원식생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것인데요. 지질학적 가치 또한 높아 여러 방면에서 학문적 가치가 상당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정돈된 가파르지 않은 산책길을 쭉 올라가다 보면 금세 정상에 닿게 됩니다. 날씨가 맑을 때는 주변의 오름들을 비롯한 다양한 경관을 좀 더 자세하게 눈에 담을 수 있는데요. 가을의 산굼부리에는 바람을 맞으며 억새밭에 서서 제주의 가을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가득 피어난 억새가 이루는 은빛 물결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며 멋진 경관을 연출해냅니다. 그러나 가을뿐만 아니라 각 계절에 맞은 다양한 식물들이 피어나서 사계절 내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에, 사계절 중 어느 계절에 방문하든 멋진 경관이 눈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수확을 앞둔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가을, 제주의 가을을 상징하는 은빛의 억새가 산굼부리 곳곳에 가득합니다. 낮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산굼부리의 억새밭은 그야말로 황홀경입니다. 동쪽 오름과 어우러지는 모습까지 더해져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죠. 해가 질 무렵의 억새밭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니 해가 질 무렵에 역광으로 억새밭을 꼭 찍어보세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낼 수 있을테니까요.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걸어야만 보이는 세상이 있다고 하지요. 마음 열고 억새가 이끄는대로 산굼부리를 꼭 산책해보세요. 아마 매년 가을이면 이곳을 다시 방문하지 않을 수 없을거에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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