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외인 에이스···토종 선발들이 만드는 2023 가을야구
가을야구의 백미는 1차전이다. 기선을 제압해야 승산이 높은 단기전, 첫 경기는 대부분 필승카드를 내놓기 마련이다. 한 시즌 마운드를 책임져온 외국인 에이스가 보통 그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올해 가을야구는 외국인 에이스 없이 시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투수들이 그 흐름을 가르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NC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선발 신민혁의 호투를 앞세워 따냈다. 올시즌 20승-200탈삼진의 대기록을 세우며 평균자책 1위까지 3개 부분 타이틀을 독차지 한 특급 에이스 에릭 페디가 있지만 아직 가을야구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치열한 순위다툼 중에 3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나갔던 페디가 타구에 맞아 투구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창모의 부상으로 국내 1선발이 허약한 NC는 이 위기를 통해 오히려 새 기운을 얻었다. 전부 20대 초반의 젊고 경험 적은 투수들뿐이라 가을야구의 선택지가 적었던 NC는 시즌 막바지에 구위가 가장 나았던 신민혁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택했고, 신민혁은 5.2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NC의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초반 외국인 에이스들이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SSG, NC, 두산이 시즌 최종일까지 서로 1경기 차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앞서 와일드카드전에서 NC에 밀려 탈락한 두산도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내놓지 못했다. 알칸타라가 ‘순위결정전’이었던 16일 SSG전에 등판하고도 5위로 밀린 바람에 두산은 사흘 뒤 열린 와일드카드전에 토종 1선발 곽빈을 내세웠다. 곽빈이 패전하면서 두산은 단판승부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3위 SSG 역시 준플레이오프의 시작에 에이스 커크 맥카티를 내놓지 못했다. 맥카티는 올시즌 김광현과 함께 마운드를 이끈 에이스지만, 정규시즌 막판 내복사근 부상으로 회복 중이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시리즈 초반 선발 출격하기에는 상태가 완전치 못하자 또다른 외국인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1차전에 냈다. 여기서 진 SSG는 국내 투수인 김광현, 오원석의 활약에 승부를 걸고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이 다음 단계에서도 국내 투수들의 활약은 시리즈 흐름을 가를 최대 열쇠가 된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올시즌 11승(3패)을 거두며 에이스로 올라섰던 아담 플럿코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거듭된 부상과 의지 박약으로 신뢰를 잃은 플럿코를 보내고, LG는 케이시 켈리를 앞세워 국내 투수들의 힘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임찬규, 이정용, 최원태로 꾸려질 국내 선발진이 정규시즌에서는 대활약을 한 데 이어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어떤 투구를 펼칠지가 LG 통합우승의 최대 관건이다.
현재 가을야구에서 외국인 투수가 비교적 멀쩡한 유일한 팀이 KT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있는 KT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건재하고 시즌 막바지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던 웨스 벤자민이 회복 중이다. KT는 10개 구단 중 국내 선발진이 가장 강한 팀으로 꼽힌다. 단기전에서는 그 중 한 명을 중간계투로 돌려 활용할 전망이라 가장 큰 승부수가 될 수 있다. KT의 가을야구에 있어서도 국내 선발 투수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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