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철원, 인제 ‘가을꽃 밭’ 대박 행진에 함박웃음···유휴지 관광객 몰려드는 명소로 변신
포성이 가득했던 군부대 훈련장과 25년간 방치돼 잡초들만 무성했던 빈터에 대규모 꽃밭이 조성됐다. 주말과 휴일엔 인구수를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접경지인 강원 철원·인제지역에 조성된 ‘가을 꽃밭’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자 주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고무된 자치단체는 꽃밭과 인근 명소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료 전환 1년여 만에 입장객 100만명 넘어선 ‘철원 고석정 꽃밭’
요즘 강원도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에 자리 잡은 ‘고석정 꽃밭’이다.
면적은 24만여㎡로, 축구장(7140㎡) 34개를 합쳐놓은 규모다. 광활한 들판엔 촛불맨드라미, 천일홍, 백일홍, 코스모스 등 18종의 꽃이 심겨 있다.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추천 여행지로 소개되며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유진씨(36·경기 수원시)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석정 꽃밭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SNS에 수만 개의 방문 인증 게시물이 올라온 이유를 알게 됐다. 드넓은 곳에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차 있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는 글을 남겼다.
고석정 꽃밭 부지는 8년 전까지 포진지 구축과 탱크 기동 훈련장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은 이 부지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철원군은 2016년부터 꽃밭을 만들기 시작해 해마다 그 규모를 넓혀갔다. 철원군은 고석정 꽃밭의 체계적인 관리와 수익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2년 5월 유료로 전환한 이후 1년여 만에 누적 방문객도 100만명(지난해 40만6523명)을 넘어섰다. 25억원의 입장권 수입을 올렸고, 관광객들의 소비 활동으로 인한 직·간접 경제효과도 500원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6000원(일반)인 입장권을 산 관광객들에게 절반인 3000원을 지역 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김종석 철원군 시설관리사업소 일반시설계장은 “관광객들이 상품권을 활용해 소비에 나서면서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고석정 꽃밭의 파급효과를 실감한 상인들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철원인재육성재단에 장학금을 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꽃밭으로 변신 후 흥행 가도 달리는 ‘인제 용대 관광지’
내설악으로 향하는 길목인 인제군 용대 관광지 일원에서는 지난 22일 ‘2023 인제 가을 꽃축제’가 성황리에 폐막했다. 축제가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간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축제 기간은 원래 지난 15일까지였지만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꽃밭의 운영 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지난해 15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60억원 경제 유발 효과를 거둔 데 이어 또다시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애초 축제장 주변은 이름뿐인 관광지였다. 인제군은 1998년부터 설악산과 인접해 있는 용대리 일대에 대규모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경기 불황 여파로 계약자들이 호텔과 콘도 등의 신축을 미루면서 장기간 빈터로 방치됐다.
백담사와 십이선녀탕, 국내 최대 규모의 황태덕장 등 연계할 관광지는 많았지만 시도했던 관광 개발사업은 번번이 좌초했다.
다급해진 인제군은 2019년 10월부터 용대 관광지 일원에 꽃밭을 조성해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호텔과 콘도를 세우려 했던 용대 관광지 13만2000㎡ 자리에 형형색색의 국화 2만1000그루와 야생화 30만 그루를 심어 대규모 꽃밭을 만들었다.
또 주변에 폭포·분수가 어우러진 수변 둘레길과 울창한 소나무 숲을 따라 걷는 산책로를 조성하자 가을의 정취를 느끼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인근 상가 등에서 1인당 평균 4만2639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 파급 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인제군 관계자는 “국화의 3분의 1가량을 지역 농가에서 조달하는 등 지역 주민의 소득 창출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꽃축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용대 관광지 일원에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는 지방 정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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