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법' 먼저 통과시킨 유럽…美·中 주도 AI시장서 반격
EU, 세계 첫 AI 규제법안 통과
생성형AI 구축 때 사용된 데이터
출처·저작권 사전공개 의무화
AI서비스 판매 땐 EU 조사받아야
"미·중 기업 유럽 확장 지연시켜
유럽벤처 시간 벌어주겠다는 것"
일각선 "규제가 성장 저해" 목소리
"미국은 거대한 자본으로,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유럽이 AI 규제 논의에 적극적인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소재 공공 혁신 펀드 시트라(Sitra)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안시 코물라이넨 프로젝트 디렉터는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빅데이터 거인'들이 AI 산업 부문을 독점해가고 있는 흐름"이라며 "유럽은 AI 부문에서 독과점이 아닌 공정한 경쟁 구조,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EU의 입법부인 유럽의회는 지난 6월 본회의에서 108쪽에 달하는 AI법 'AI Act'를 통과시켰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은 머신러닝에 투입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을 공개해야 하고, AI 서비스를 판매하고자 할 때는 출시 전에 EU에 먼저 제출해 위험이 없는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 사이 3자 협상이 타결되면 2026년부터 EU 국가들에 규제가 적용된다.
미국과 중국 등 AI 산업 부문 선도 국가들이 올해 처음으로 AI 규제 '원칙'을 세우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움직임이다. EU는 2021년부터 AI 규제법 제정을 위한 대대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스테판 린드스트룀 핀란드 외교부 디지털화&신기술 부문 대사는 헬싱키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AI 기술은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는 매일같이 AI 규제 논의를 진행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AI 업계에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는 규제를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유는 역내 AI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서다. 현재 유럽 국가에는 미국의 오픈AI·구글, 중국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AI 기업'이 없다. 법은 태생적으로 현존하는 현상에 기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EU의 AI법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들일 가능성이 높다. 코물라이넨 프로젝트 디렉터는 "유럽의 AI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취지"라며 "유럽은 미국과 중국의 '대안'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최초의 법이 나오면 대부분 국제적인 표준으로 인정받는다. 다른 국가들이 관련 법안을 만들 때 해당 법률을 참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초 규범을 만드는 국가나 단체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사정을 '글로벌 룰'에 우선 반영하게 되는 셈이다. 본인들에게 우호적인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핀란드는 유럽의회가 규제 대상인 AI의 범위를 설정하는 논의에서 적극 목소리를 냈다. 핀란드는 인간이 만든 규칙과 지시를 자동으로 이행하는 시스템은 규제가 필요한 AI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받아들여졌다. 핀란드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 서비스 분야의 발전을 규제가 가로막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다만 유럽의 규제가 역내 AI 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생성형 AI의 '뇌'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완성시켰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에 따르면 미국은 LLM 보유 수 기준 전 세계 점유율이 50%, 중국은 40%다. 규제가 도입되면 LLM 개발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코물라이넨 프로젝트 디렉터는 "구체적인 혁신이 일어나기도 전에 무언가를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어리석다는 의견도 있다"며 "규제가 심한 지역에 AI 혁신 기업들이 진출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공공 혁신 펀드인 시트라가 최근 자국 AI·데이터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관련 규제를 설명하는 빈도를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 시트라 관계자는 "AI나 데이터 부문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규제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규제 환경을 바로 체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트라는 홈페이지에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관련 무료 강의를 올리고도 있다. 규제 조항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빅데이터 거인'에 대한 규제가 벤처기업에 어떤 기회가 되는지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헬싱키 김상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새벽까지 영업 수상했는데”…클럽 손님 300명 중 137명이 한 짓, 태국 ‘발칵’ - 매일경제
- “승객없이 가느니 싸게라도 채운다”…저비용항공사 ‘무슨 일’ - 매일경제
- “쪼민, 다음은 깔롱비키니?”…전여옥 “이 모든 것, 심각한 사법농단” 저격 - 매일경제
- 외길서 만난 차량 한대…‘차 빼달라’ 했더니 부부가 한 황당행동 - 매일경제
- 백종원도 송은이도 “나 아니다” 버럭…유명 연예인 분노한 이유 - 매일경제
- “녹내장 환자, 실명 위험 줄이려면 ‘이것’ 끊어야” - 매일경제
- “GTX 호재 신났는데 왜 망했지”…폭탄상가 피하려면 이것 확인을 [매부리TV] - 매일경제
- 한국인들이 물보다 많이 마시는 이 음료 - 매일경제
- “점심 빨리 먹고 돈도 아끼고”...서울서 매출 가장 늘어난 식당은 - 매일경제
- 미국에서 첫 시즌 마친 정상빈 “내년에는 메시와도 붙어보고싶어”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