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잊혀진 전쟁’ 될까···우크라이나의 불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여파로 600일 넘게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인들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쏠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주요 언론들의 보도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확연히 줄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전쟁 관련 게시물들도 하마스의 공격이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라줌코우센터 외교국제안보 국장 올렉시 멜닉은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면 정치적 관심뿐만 아니라 자원의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3일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의 최우선 안건은 “이스라엘 및 해당 지역 상황”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EU 외교장관 회의의 최우선 안건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를 찾았을 때도 나토 회원국 정상들의 화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의회에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안보 예산을 요청하면서 “하마스 같은 테러리스트와 푸틴 같은 독재자가 이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변함없는 지원을 강조했다.
FT는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불안감을 완화하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 이후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에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로 민스크 협정이 체결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협정을 이행하지 않아 내전은 계속됐다. 그러나 서방은 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를 잊어버렸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후 서방의 관심이 사라진 틈을 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5일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롭고 더 큰 규모의 침공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또 다시 ‘잊혀진 전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 국장은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면 별 영향이 없겠지만 길어질 경우에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만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몇 달 이상 지속될 경우 155㎜ 포탄, 스마트 폭탄, 스팅어 미사일 등 세 가지 무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전쟁을 다른 전쟁보다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같은날 미 국방부 관리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던 155㎜ 포탄 수만발을 이스라엘로 돌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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