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호자’ 자처했던 네타냐후····“전쟁과 함께 정치 인생도 끝날 것” 전망 짙어져

이윤정 기자 2023. 10. 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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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나는 이스라엘의 수호자로 기억되고 싶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6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유대 민족은 위험을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적이 없다”면서 “내 리더십 하에서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자신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호언장담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22일(현지시간) 그의 정치인생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막을 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애틀랜틱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최장기 집권을 누리면서 ‘유대인의 안전’ 신화를 내걸었지만 그 신화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0년간 각종 정치적 위기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았지만, 이번 전쟁 이후에는 다시 총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디애틀랜틱은 그 이유로 많은 유대인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모 세대가 겪은 ‘포그롬(유대인 학살)’을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마스 공격에 생존한 한 이스라엘 여성은 “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라면서 “나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을 실제로 보게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1973년 이집트·시리아 등이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욤키푸르전쟁 이후 최악의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애틀랜틱은 “욤키푸르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3000명은 거의 군인이었지만, 현재 이스라엘 사망자 1500명이 대다수 민간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사태는 욤키푸르전쟁보다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인은 국가 안보 실패를 용서하지 않으며, 욤키푸르 전쟁 직후 곧바로 총리직을 내려놨던 골다 메이어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또한 대중의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최근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이번 하마스 공격이 국가 지도력의 실패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56%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이 끝난 후 사임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이후 총리직을 계속 맡아야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공격을 초래한 계산 착오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그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재임할 수 있는 것은 전쟁 중인 덕”이라고 꼬집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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