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도 쉽지 않다"…상장사 절반 이상, 실적 전망치 낮춰

윤아영 2023. 10. 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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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예상 밖 회복세 더뎌
게임·콘텐츠회사 계속 고전
원전·건설사는 해외수주 '단비'
Getty Images Bank

한 달 사이 상장기업 절반 이상의 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며 기업들의 연말 예상 실적이 보다 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업황 개선이 예상된 반도체 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측됐다. 게임회사, 콘텐츠회사 등은 연말에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됐다. 반면 해외 수주 기회가 생긴 원전 및 일부 건설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기업들 4분기 ‘보수적’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곳의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14조5950억원, 영업이익 예상치는 41조12억원이다. 한 달 전 전망치보다 매출은 1.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3% 줄었다. 순이익은 29조7823억원에서 28조2902억원으로 5.01% 감소했다. 4분기 매출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줄어든 곳은 52.8%(133곳)로 늘어난 곳(71곳)보다 많았다.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등 반도체 기업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올 들어 처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의 예상보다 높아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증권사들은 4분기 실적 전망치에 대해 아직 신중하게 다가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달 전 4분기 실적 기대치는 매출 69조6248억원, 영업이익 4조4098억원, 순이익 4조8297억원이었다. 한 달 사이 매출은 0.1% 늘고, 영업이익(-21.6%)과 순이익(-35.9%)은 대폭 줄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매크로 등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실적을 보수적으로 가정한다”며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긍정적이어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35%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도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4분기 실적은 큰 폭의 상승세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19.9%), 영업이익(-23.1%), 순이익(-4.3%) 등 4분기 실적 기대치가 한 달 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변운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은 내년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덕전자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23.8% 줄었고, 순이익은 5% 떨어졌다. 비메모리 부문 매출이 추정 대비 부진한 영향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회사는 신작 부진으로 4분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의 4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4990억원, 영업이익 387억원, 순이익 406억원이다. 1개월 전 대비 각각 3.2%, 21.7%, 14.9% 줄었다. 넷마블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에 비해 176억원에서 201억원으로 늘었지만 적자는 268억원으로 전망됐다. 넥슨게임즈는 매출(-11.2%), 영업이익(-30.0%), 순이익(-45.5%) 등 한 달 전보다 실적 전망치가 크게 뒷걸음질했다. 중국에서 출시된 게임이 성과가 좋지 않아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줄었다. 웹젠은 4분기 매출 추정치가 4.9% 줄고, 영업이익은 3.3% 감소했다.

메가박스와 드라마 제작사를 보유한 콘텐츠기업인 콘텐트리중앙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1억원에서 2억원으로 급감했다. 순적자도 4억원에서 31억원으로 적자가 커졌다. 3분기 영업손실 13억원을 거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영화관 실적이 부진했고, 기존 영화들의 투자 손실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CJ ENM 영업이익 추정치도 6.7% 줄었고, 순적자는 155억원을 유지했다.

중국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 기업 중 오히려 4분기 실적 전망이 악화된 곳도 다수 나왔다. 대한항공은 순이익 추정치가 32.1% 줄었고, 하나투어는 영업이익(-10.4%)과 순이익(-25%)이 대폭 감소했다. 제주 카지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도 순이익 전망치가 80.3% 줄었다.

 ○원전·건설 등 해외 수주 ‘기회’

해외에서 새로운 수주 기회를 찾아 나선 기업의 4분기 실적 추정치는 개선됐다. 한전기술과 한전KPS는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신규 원전 수주에 나서며 실적 개선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국 원전 수출을 막으려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 문제가 해결되면서 기대가 높아졌다. 한전기술의 4분기 영업이익은 7.8%, 순이익은 16.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전KPS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0.1%, 1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재건과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인프라용 건설기계를 납품하는 HD현대건설기계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 달 전보다 29.1% 상승했다.

윤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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