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대박났던 JTBC 어쩌다 구조조정 위기까지 왔나
SLL 설립 후 JTBC IP 상당수 귀속… 부가가치 창출 능력 떨어져
희망퇴직 설명회 반응은 냉담… "미래 먹거리 찾을 수 없어"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최근 JTBC가 구성원 1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희망퇴직 이유는 누적적자 3400억 원을 해소할 방안이 뚜렷하게 없으며, 올해 5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수영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희망퇴직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구성원들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구성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JTBC 적자 누적 배경에 경영진 책임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 책임을 구성원들이 오롯이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실제 JTBC 경영 구조를 살펴보면 중앙그룹의 경영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그룹이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겠다면서 만든 SLL이 JTBC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JTBC에 적자가 발생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상황에서 경영진은 어떤 방비책을 세웠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SLL 중심으로 하는 스튜디오 체제 구축… 수익은 중앙그룹으로
JTBC 사업 구조는 다른 종합편성채널과 달랐다. MBN의 경우 방송사업 뿐 아니라 부동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MBN은 고양시 삼송에 복합시설을 준공해 분양·임대 사업을 하고 있으며, 자회사 MBN프라퍼티를 통해 광주광역시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MBN프라퍼티는 광주 복합쇼핑몰 사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장 방송사업에서 힘을 못 쓰더라도 안정적인 고정자산을 가지고 있다.
TV조선은 비교적 단순한 사업 구조를 두고 있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 등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TV조선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가 콘텐츠 제작·공연·투자 및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전문 자회사 비스타 컴퍼니를 세운 것이 일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월 발표한 <종합편성사업자의 방송사업매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 방송사업매출액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 3479억 원을 기록했다.
JTBC 상황은 다르다. 재무제표를 보면 JTBC 매출 구조는 방송 중심으로 방송·광고 시장 상황에 따라 경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JTBC의 채널 경쟁력이 강한 시절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진 JTBC의 방송사업매출액이 전체 종편의 43%를 차지했다. 하지만 드라마·예능 등의 부진으로 2021년 점유율이 30.6%까지 하락했다.
TV조선과 JTBC가 방송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 건 중앙그룹의 스튜디오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 JTBC에서 방영된 핵심 프로그램의 IP 상당수는 SLL로 가고 있다. 방송사가 드라마·예능 등 콘텐츠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방송광고 수익과 수신료·프로그램 판매 수익, 그리고 IP를 활용한 부가가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IP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SLL 몫이다.
SLL이 올해 9월 발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SLL이 지출한 콘텐츠사용료 및 저작권료는 2362억 원이지만 같은 기간 2433억 원의 콘텐츠 제작·유통 매출을 기록했다. SLL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드라마·예능·디지털 오리지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IP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SLL은 싱어게인3, 킹더랜드, 닥터 차정숙, 재벌집 막내아들, 대행사 등을 제작했다. JTBC는 지난해 말 아는형님, 밀회 등 279개 작품 IP를 SLL에 433억 원에 매각했다.
핵심 IP 보유한 SLL, JTBC 아닌 콘텐트리중앙 소속
SLL의 성공이 JTBC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SLL이 JTBC가 아닌 콘텐트리중앙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콘텐트리중앙은 SLL 지분 53.82%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앙홀딩스 주식회사가 콘텐트리중앙의 최대주주로 있다. JTBC가 가진 SLL 지분은 2.85%에 불과하다. SLL을 통해 걷어들이는 수익이 JTBC가 아닌 중앙그룹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그룹사 내에서 수익이 도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그룹 차원에선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JTBC 입장에선 수익창출 기회를 잃는 것이다.
기업 평가 회사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JTB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광고 시장이 위축됐으며, JTBC가 IP를 매각하면서 콘텐츠 판매 수익이 줄어든 것을 문제로 꼽았다.
한국기업평가는 “경기침체 우려 확산에 따른 광고시장 위축, IP 매각에 따른 콘텐츠 판매수익 감소 등으로 외형이 축소된 반면, 방송 제작비 부담이 지속되며 상반기 영업적자(315억원) 규모가 전년동기대비 대폭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기업평가는 JTBC가 구작 예능과 드라마 IP를 매각하면서 올해 상반기 방송프로그램 판매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올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JTBC는 2022년 12월 보유 예능 및 드라마 IP를 각각 338억원, 95억원에 계열사에 매각함에 따라 2022년 실적이 다소 개선되었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 이익이며, 향후 해당 IP를 활용한 유통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점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IP를 통한 부가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시장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JTBC의 경영 상황은 해를 거듭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JTBC 부채총계는 2018년 1387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3257억 원까지 늘어났다.
대대적 희망퇴직, 구성원 설득도 실패
또 JTBC의 경영 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JTBC는 2019년 자본잠식 상태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회계상 미처리 결손금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금 5750억7500만 원을 575억750만 원으로 줄이려 한 것이다. 2019년 이후 JTBC의 영업손실은 연결 기준 254억 원(2019년), 192억 원(2020년), 191억 원(2021년), 42억 원(2022년) 등으로 꾸준했다.
구성원 설득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영 대표이사는 지난 18일 구성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질의응답도 없었다. JTBC 구성원 A씨는 미디어오늘에 “무성의한 설명회를 왜 한거냐는 분노가 많다”며 “해고의 알리바이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JTBC 구성원 B씨는 미디어오늘에 “구성원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려는 목적이 아닌 것 같다”며 “요식행위로 느껴졌다. 경영진이 구성원과 이야기해볼 의지가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했다. B씨는 “종편 출범 초기부터 터무니없는 투자를 많이 했고, 초기에 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명백한 경영 실패”라면서 “결국 스튜디오 모델로 전환하면서 미래 먹거리까지 찾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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