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적 뒷걸음질 본격화…‘홀로 성장’ KB금융, 순익 ‘5조원’ 넘본다[머니뭐니]
KB금융은 NIM 하락 방어로 순이익 ‘5조원’ 전망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줄지어 예정된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금융지주사의 역대급 실적 행진이 끝나고, 전반적인 실적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KB금융지주의 경우 주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수익성 하락을 막아내며, 역대 최초로 연간 실적 5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물론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변수 또한 여전한 상황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355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5%(5654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4대 금융지주은 당초 올 상반기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 달성을 이어온 바 있다.
급격한 실적 감소의 주요인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감소다. 주 계열사 4대 은행은 지난해 시작된 대출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대출 성장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최근 대량 만기 도래를 앞둔 고금리 예금 재확보를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이자비용도 늘어났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도 계속되고 있다. 조달비용이 늘어날 경우 핵심 이익 지표인 NIM 감소와 함께 실적 하락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던 연간 실적 전망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15조2718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15조8506억원)과 비교해 5788억원(3.6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는 금리 인상 및 증시·환율 변동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 감소 등 비이자이익 감소 역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KB금융지주의 경우 3분기에도 실적 성장을 이어가며, 역대 최초로 연간 실적 5조원 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5조386억원으로 지난해(4조4133억원)와 비교해 6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은 3분기 실적 전망치 또한 1조3449억원으로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전년(1조2713억원)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B금융이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NIM 하락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타 주요은행과 비교해 20~30조원가량 많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 등 저원가성 예금으로, 조달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수익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개인고객의 비중이 높아 요구불예금 확보 측면에서 타 은행 대비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망대로 KB금융이 5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경우, ‘리딩뱅크’ 순위 또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약 3년 만에 KB금융(4조4133억원)으로부터 선두를 탈환했다. 그러나 현재 신한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4조6430억원으로 채 5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올해 3조698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3조6257억원)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금융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2조8920억원으로 지난해(3조1693억원)와 비교해 27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적립 수준에 따라 전반적인 실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3분기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부도시손실률(LGD) 기준을 강화하기로 해, 충당금 추가 적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와 함께 경기둔화가 이어지며 위험지표가 악화되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말 0.31~0.41%에서 올 2분기 0.4~0.52%로 높아졌다.
아울러 가계대출 확대를 막으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의 원인으로 은행권의 무분별한 대출을 지적하며,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 경우 가산금리 폭이 높아지며 수익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의사에 따라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감소할 경우, 되레 대출 실적 규모가 줄어들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 않은 데다, 기업대출 규모도 선제적으로 늘려놓은 상태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서도 “주요 은행 등에서 이미 1·2분기 충당금 적립을 믾이 했지만, 부실 속도가 빨라진 데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요구도 강화될 수 있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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