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활성제 없이 물질 섞는 新초음파 기술로 세계 공략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10. 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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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민성 퍼스트랩 대표

"차세대 유화·분산 기술(여러 물질을 잘 섞는 기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자 합니다."

황보민성 퍼스트랩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회사의 포부를 이같이 소개했다. 퍼스트랩은 2022년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소 기업이다. 원통형 압전세라믹 장치를 통해 초음파를 강력하게 모으고 통제하는 기술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이어받았다. 이 집속형 초음파 기술을 각종 소재 개발 분야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설립 당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산학연 협력 기술창업법인 육성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산·유화 기술은 화장품부터 의약품, 2차전지용 CNT(탄소나노튜브)까지 다양한 재료와 제품 생산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분산·유화에 많이 사용되는 계면활성제 없이 초음파로 물질을 잘게 쪼개고 섞어 재료 고유의 성능을 잘 발현시키면서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퍼스트랩의 핵심 기술력이다. 황보 대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할 경우 점도가 올라가 물질 함량을 끌어올리는 데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여기에 계면활성제는 입자 표면에 흡착해 물질의 성능 발현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집속 초음파 기술은 입자를 작고 균일하게 만들어 안정적인 분산·유화 상태를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랩은 대형 소비재 기업과 함께 마스크팩의 흡수력을 높이는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대형 제약사와 무계면활성제 안약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 시장을 대상으로 오는 6월 해당 기술이 적용된 첫 장비인 균질화기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2024년 생산용 장비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황보 대표는 "소규모 기업이던 미국 마이크로플루딕스가 2000년대 후반 초고압 방식 유화·분산 장비로 전 세계 2위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성능 면에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며 "종래 유화·분산 기술 패러다임을 집속 초음파를 통해 전환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퍼스트랩은 향후 같은 기술로 수처리 장비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환경오염 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을 집속 초음파로 분해하는 장비다. 과불화화합물은 반도체 제조, 의류 발수코팅, 프라이팬 코팅 공정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퍼스트랩은 KOTITI 시험연구원 공식 시험에서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각각 1만2000배 이상, 48배 이상 감소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황보 대표는 "과불화합물이 사용되는 공정 끝에 개발 중인 장비를 붙여 선처리한 뒤 하수처리장으로 내보내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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