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성용 “끝까지 최선 다하고 미래에 대해 명확히 생각하고 결정할 것”

김형중 2023. 10. 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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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상암] 김형중 기자 = 올 시즌 K리그1에서 상위권을 달리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7위로 밀려난 FC서울이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명예 회복을 노렸다.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4)은 시즌이 끝난 것 같은 실망감 속에서도,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은 22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후반 7분 나상호의 선제골로 앞서간 서울은 31분 가브리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3분 뒤 지동원이 결승골을 뽑아내며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기성용은 이날도 어김없이 선발 출전해 서울의 중원을 진두지휘했다. 공격 시에는 팔로세비치와 짝을 이뤄 볼 배급을 도맡았고, 수비 시에는 최후방까지 오가며 센터백 오스마르와 김주성을 지원했다.

경기 후 만난 기성용은 “승리해서 다행”이라는 말부터 건넸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한 것에 대해 “2주동안 선수들이 나름대로 준비를 잘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이번 경기 포함 5경기 남겨두었는데 아쉬움이 컸다”라며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프로 선수로서 찾아온 관중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역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는 팬들이 선수단을 질타하는 걸개를 내걸으며 분발을 촉구했다. 기성용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팬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는 “팬들도 얼마나 아쉽겠나? 저희도 아쉽지만 팬들이 오히려 더 아쉬울 것이다. 올 시즌은 파이널A에 갈 수 있다고 믿었었는데 마지막 2경기에서 저희의 부족함으로 틀어져 버렸다. 죄송한 마음뿐이고 저도 많이 힘들고 아직도 회복이 잘 안 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래도 오늘 팬들 보니깐 팬들 앞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버스는 떠났고 시즌이 이렇게 끝나버린 게 많이 허무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잔류가 확정된 상황에서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해도 7위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 때문에 목표의식이나 동기부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경기 전 김진규 감독대행은 프로 선수로서 책임을 강조했다. 기성용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후배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시즌 중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어떤 동기로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야기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프로 선수로서 각자의 가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끝나면 이 팀에서 떠날 선수도 있고 앞으로 축구 인생에서 다같이 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으니 본인들의 가치를 위해 열심히 하자’고 했다. 그게 동기부여가 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지동원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합작한 가까운 사이다. 그는 “동원이는 참 성실하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다. 동계훈련 때부터 저와 같이 준비하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었다. 워낙 성실하고 실력 있는 선수라 기대도 많이 했고,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할 때 동원이가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 보상을 오늘 받은 것 같아 선배로서 기쁘고, 앞으로 동원이에게 기쁜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즌이 막판으로 진행되며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베테랑 선수로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기성용은 “저번 경기 끝나고 시즌이 끝난 것 같았다. 올해 준비를 상당히 많이 했었고 몸상태도 좋았고, (황)의조도 오고 여러가지 기대를 많이 한 시즌이었다. 지난 3년의 시즌 중 가장 잘하기도 했었고 전반기에 잘하기도 했었다. 선수들 의지도 컸었는데 그게 확 꺾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실망도 컸다”라며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이어 “아무래도 고참이고 이름값이 있다 보니 이런 것들을 넘길 수 없다.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 그런 위치에 있다고 본다. 제일 고민인 것은 팀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 그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올해 계약이 끝나지만 어떤 게 개인적으로나 팀에 필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 정신적으로 어려움은 있다. 앞으로도 당연히 오늘처럼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떤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데미지는 큰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진규 감독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성용과 오스마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너무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데이터상으로 활동량이 팀 내 상위권이다. 그런 우려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만큼 기성용은 매 경기 활약상과 헌신도가 높다. 수치상으로 나오는 것 외에도 팀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또한 누구보다 크다. 하지만 기성용은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는 “그런 수치보다 FC서울이 앞으로 세대교체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 있어 내가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세계 어느 팀의 누구라도 그런 시간이 다가올 수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로서 책임이다. 그러고나서 미래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며 담담히 이야기했다.

사진 = 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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