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스물두 번째[출판 숏평]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박에디 지음 / 창비)
한국의 대표적 오픈리 퀴어 활동가인 그의 일대기는 의외로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돌봐 온 조카들에게 어떻게 커밍아웃할 것인지 전전긍긍하다 ‘에디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에디’라고 설명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내면을 끈질기게 들여다보고, 때로 군대로 외국으로 새로운 곳에 자신을 내던지며 얻을 수 있었던 존경스러운 삶의 태도다. (서경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월터 j. 옹 지음 / 임명진 옮김 / 문예출판사)
텍사스 주립대 심리학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약 1만 6,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내뱉는 수많은 단어, 즉 인류의 의사소통체계인 언어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말을 통해 전개된 문화와 기록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문화가 삶의 양식과 의식, 전반적인 측면에서 인류를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말을 기억하는 일은 구술문화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기록을 할 수 있게 되자 기억이라는 개념에는 정확함이 포함됐다. 이처럼 소통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간은 다른 관점에서 사고하게 된다.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접어든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다양한 언어와 그에 따른 다채로운 관점이 존재한다. 저자의 정교한 분석을 들여다보면 언어의 사용이 아름다움의 영역임을 깨닫게 된다. (공혜리 /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악인의 서사(듀나 외 지음 / 돌고래)
‘악인의 서사’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다양한 담론을 다루는 아홉 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간은 입체적이다. 악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명백히 선악을 나눌 수 없는 수많은 행위들이 존재하며, 상황에 따라 또 맥락에 따라 선악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악인에게 서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악인의 서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캐릭터를 설계한다면 괴물이 탄생할 뿐이다. 악행만을 위해 폭주하는 악인은 작품 전체의 서사를 무너트릴뿐더러,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인식 밖의 존재가 된다. ‘사연 있는 악인’을 ‘공감’하기 위한 서사가 아닌, 악인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의 입체성을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파악하는 진정한 의미의 이해가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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