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후폭풍’ 반대매매 하루 5500억원 또 사상 최대치… 3일새 1.3조 넘겨

‘빚투’에 나섰던 투자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또 갈아치웠다. 3거래일 동안 1조3000억원이 넘는다.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가 조작 여파로 5000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했다. 반대매매가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미수거래 당일 포함 3거래일 내에 갚지 못한 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49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2006년 4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다. 주식 시황에 따라 추가로 강제 처분될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도 지난 20일 1조259억원까지 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러스트=손민균

미수거래는 대표적인 ‘빚투’다. 투자자가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만큼 돈을 내고,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 40%인 10만원짜리 주식을 미수거래하면 투자자 돈 4만원에 증권사에서 빌린 6만원으로 살 수 있다. 투자자가 미수거래로 주식을 산 날을 포함해 3거래일 내에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하루 평균 365억원 수준에서 지난 18일 2768억원 → 19일 5257억원 → 20일 5497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이뤄진 반대매매 규모가 1조3522억원에 달한다.

보통 주식을 그날 사서 그날 파는 단타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이용하는데, 최근 증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금을 갚지 못한 투자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7거래일(13일~23일) 122.82포인트(5%) 하락했고,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71.8포인트(8.6%) 내렸다.

미수거래와 별개로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도 있다. 신용거래융자 역시 담보 비율(보통 140%)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일어난다. 금융투자협회는 신용거래융자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별도로 공시하지 않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100여개 고객 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거래가 정지된 이튿날 영풍제지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이날부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등 15개 종목의 증거금률도 100%로 상향 조정하며 미수거래를 금지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가 거래를 재개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증권사가 주식을 대규모로 강제 처분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추가로 반대매매가 나타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 내부통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 금융사고 등 영향으로 내부통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던 시기임을 고려할 때 증권업계 전반에 걸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 부각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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