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총장 "홍범도 흉상 이전 결정, 대적관 확립 위해서도 잘한 일"(종합)

박응진 기자 허고운 기자 2023. 10.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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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업적 존중받아야 하나 육사 내 흉상은 부적절"
'이전 반대' 독립기념관장에 육사교장 "객관적이지 않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2023.10.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계룡=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박정환 육군참모총장(대장)이 현재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돼 있는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학교 밖으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은 육사 생도들의 대적관(對敵觀) 확립을 위해서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총장은 특히 홍 장군의 항일투쟁 등 업적은 존중하지만 그 흉상을 육사 안에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총장은 23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 육사 내 홍 장군 흉상에 관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흉상 이전은 육사 자체의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 등 특정인 지시로 이뤄지는 게 결코 아니다"고 답했다.

현재 육사 내 생도 교육시설 '충무관' 입구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 등 일제강점기 무장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이들 흉상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3·1절' 제99주년을 맞아 설치된 것이다다.

그러나 국방부는 "흉상 설치 당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없었다" "홍 장군은 옛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 육사도 최근 교내 시설물 정비 계획 추진에 따라 홍 장군 흉상을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이날 국감에서 육사 내 홍 장군 흉상 이전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권영호 육사교장(중장)과 함께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며 "육사 설립 취지나 생도들의 대적관 확립을 위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홍 장군을 포함해 (일제강점기에) 항일투쟁, 광복운동을 한 이들의 업적은 위대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육사의 홍 장군 흉상은 적절치 못하다"고 거듭 밝혔다.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 2023.10.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그는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분의 흉상을 세우는 게 과연 육사 설립 취지에 맞느냐"며 "흉상 하나만 보지 말고 대적관을 흐리게 만든, 육사 정체성을 흔드는 일들을 바로잡는 일환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 총장은 특히 홍 장군 흉상과 달리 육사 내 안중근 의사 동상은 그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며 "대적관을 확립하거나 육사 정체성을 세우는 건 '민생'에도 포함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 안팎에선 육사 내 홍 장군 흉상의 이전 장소로 충남 천안 소재 독립기념관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출석 당시 "우리 군의 정신을 제대로 함양하고 지도자들이 그런 정신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홍 장군) 흉상은 육사에 그대로 두는 게 좋겠다"며 사실상 그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권영호 육사교장(중장)은 이날 국감에서 "한 관장은 (홍 장군) 흉상 설치에 직접 관여하고 자문했다"며 "그 의견이 객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문재인 정부 때) 1개월 반 만에 (홍 장군 흉상이) 설치된 점이나 비예산 사업, 또 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봤을 때 좀 급하게 (흉상 설치가) 추진된 게 맞는 것 같다"며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인 작년 3월 육사 지휘부가 참석한 브레인스토밍 때도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권 교장은 작년 12월 취임했다.

권 교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건 기념물 종합계획(수립)이 완료되면 그와 연계해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홍 장군 흉상의 실제 이전은 내년쯤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 교장은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7명을 기리기 위한 육사 내 '독립전쟁 영웅실'의 개선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홍 장군에 대해 수여한 육사 명예졸업장과 관련해선 "규정이 없어서 아직 회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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