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돼도 ‘막막’ 아르헨 대선…‘리틀 트럼프’ 극우 후보vs‘경제위기’ 책임 경제수장

최서은 기자 2023. 10.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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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세르히오 마사가 지지자들에게 22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2위로 결선에 올랐다. 진정한 승자는 내달 치러질 결선 투표 결과가 나와야 알게 되겠지만, 누가 당선되든 고물가와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의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약 36.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극우 정당의 밀레이 후보는 약 30%의 득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누구도 당선 확정 요건을 채우지 못해 둘은 다음달 19일 결선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

중앙은행 폐쇄와 장기매매 허용 등 극단적인 정책을 내세운 ‘정치 아웃사이더’인 극우 밀레이 후보가 지난 예비선거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날 대선에서 그의 당선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결국 대선에서 지지층을 결집한 ‘페론주의’ 집권 여당의 마사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최근 중남미 대선에서 결선 투표의 결과가 1차 투표의 결과와 달랐던 적이 많았던 만큼, 지금으로선 내달 결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다음달 대선에서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극심한 경제위기 겪는 현 정부 ‘경제수장’ 세르히오 마사 후보

현재 아르헨티나의 연 물가상승률은 140%에 이르는 등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율이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는 휴지 조각이 돼버린 지 오래다. 코로나19와 극심한 가뭄은 경제상황을 더 악화시켰고, 빈곤층은 40%에 육박했다.

이번 대선에서 1위를 차지한 마사 후보는 현 정부의 경제장관 출신이다. 그가 수십년만의 최악의 경제난에 빠지게 된 아르헨티나의 경제 정책을 이끈 수장이라는 점에서 현 상황의 책임을 회피하긴 어렵다.

유명 정치 평론가이자 보수 언론 라나시온의 칼럼니스트 호아킨 곤살레스 솔라는 공식 발표 직전 현지 방송에서 “마사 후보가 1위를 차지한다면 세계 정치학 이론을 새로 써야한다”면서 “그 어떤 경우에도 여태까지 경제를 망친 후보가 승리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사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및 전임 경제 장관들과 약간씩 거리를 두며 현 정부 ‘실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장관으로서 그동안 미국·중국·브라질을 비롯한 주요국과 협력해온 점도 정치적 자산으로 꼽힌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디테일한 정책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내세운 점도 승리를 이끈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마사 후보는 빈곤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보조금 도입과 달러 암시장 단속 강화 등을 공약을 펼쳤다. 각종 사회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밀레이 후보가 승리할경우, 정부 보조금이 없어져 대중교통비가 급등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게 한 점도 유효한 전략으로 꼽힌다.

극단적인 주장 펼치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AP연합뉴스

그동안 제3의 정치 세력으로 머물렀던 밀레이 후보는 지난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순식간에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밀레이 후보가 그간 극단적인 정책을 내세워온 만큼 그가 당선될 경우 아르헨티나의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정책 변화와 정치 및 경제적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밀레이 후보는 특히 경제 정책으로 중앙은행 폐쇄와 공식 화폐로 달러화 사용을 주장했다. 그는 “페소는 정치적으로 만든 통화이며 배설물 정도의 가치도 없다”면서 “거름으로도 쓸 수 없는 쓰레기”라고 주장했다.

또 밀레이 후보는 장기매매 허용, 성교육 금지, 임신중단 금지 등을 내세웠고, 교육‧보건‧복지를 비롯한 각종 공공정책 폐지와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며 공무원들을 거리로 내던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꼽히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선 “사회주의자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했고,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리는 과거 아르헨티나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 아웃사이더’로 꼽힌 밀레이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것은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그에게 변화의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밀레이 후보가 페소를 강하게 비하하면서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30% 이상 폭등하는 등 자국 화폐의 가치는 더 곤두박질 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통화정책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그의 여러 과격한 주장은 유권자들에게 급격한 변화와 민주주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불어일으키기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밀레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는 그의 자유주의적 경제 이론이 안그래도 취약한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고, 아르헨티나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예상 깨고 대선 1차 투표서 2위로 밀려나···11월19일 결선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56503?sid=104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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