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유승호 "30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여러가지 다 해볼거에요. 당연히 따뜻함을 주는 멜로나 휴머니즘 이런 것도 할거고. 재밌는 역할이 정말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요즘 굉장히 기대가 돼요. 기회가 되면 꼭 할 예정입니다."
유승호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포스트타워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극본 홍종성 연출 이정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래'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친구를 거래'한다는 기발한 소재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인질, 내일의 공범이 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승호는 극 중 군대에서 전역 후 새 인생을 다짐하는 동시에, 100억 납치극에 휘말리며 그 중심에 선 준성으로 분했다. 그는 삶의 벼랑 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예기치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청춘의 갈등을 연기했다.
이날 유승호는 "항상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었고 스릴러나 범죄 장르에 흥미는 있었지만 이미지를 변화시켜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선뜻 손을 내밀어 주셔서 읽어봤는데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대본을 재밌게 읽었고 빠른 시간에 선뜻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라고 '거래'의 첫인상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보면 진중하고, 정직하고 이런 것들을 주로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멜로도 좀 주로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사실 준성이란 인물 자체가 정직함과 착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180도 다른 캐릭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방금 이야기했던 것처럼 준성이가 재효(김동휘)와 같은 남치범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선과 악이 있거든요. 악은 재효, 선은 제가 담당했는데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에서 너무 많이는 벗어나지 않은, 최소한 끝까지 도덕적인 선을 지키려 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정곤 감독은 청춘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한 영화 '낫아웃'으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품에 안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런 이정곤 감독에게 '거래'를 제안받으며 유승호는 '까까머리, 짧은 머리를 보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머리를 더 짧게 하고 싶다고 했던 건 내 의견도 있었다. 배우의 감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비치는 모습이 흥미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효랑 준성이가 딱 앉아있을 때 납치범이긴 하지만 허술해 보였으면 했다"며 "그런 모습이 재밌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감독님께 '화장실 가서 더 잘라보면 어떨까요?'라고 해서 탄생했다. 재밌었다. 현장에 아침에 갔을 때 손질을 안 해도 되니까 너무 편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준성이라는 캐릭터는 다소 복잡하다. 납치범이지만 분명 선한 인물이다. 그러나 범죄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신고를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준성이 타협을 한 것인지, 나름대로 의리나 우정 때문인지, 내재된 악이 있었던 것인지 시청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자아낸다.
유승호는 "그 부분을 감독님과 배우들이 많이 고민했다. 애초에 납치라는 범죄가 나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처한 상황, 아버지와의 관계, 군대에서 다짐했던 것들, 내 친구라는 이 세 가지가 가장 발목을 잡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성이는 어쨌든 이 모든 일들을 잘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재효와 마찰이 생기고 점점 일이 어려워지긴 하지만 최소한 도덕적인 선을 지키려고 하는 점에서 준성이의 마음이나 심성이 비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준성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불법 토토를 하고, 돈을 따자 대출까지 받아 이를 맡겼다 모두 날린다. 캐릭터 이입과 준비 과정에 대해 묻자 유승호는 "편의점에서 불법 사이트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 뉴스를 찾아보고 참고했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알려주셨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연기하면서 준성이라는 인물을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준성이의 모습이긴 하지만 유승호라는 사람이 이해를 해주면 좀 더 캐릭터가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 가지 힘들었던 건 애초에 납치로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유승호라는 인물이 느끼는 것보다 혼자 상상하고 두 배우들의 반응이나 감독님들의 상의를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갔다"라고 솔직하게 고충을 털어놨다.
특히 극 중 준성이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엠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사실 그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친구들한테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작품에 써야 한다며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 단어에 대한 뉘앙스나 어떤 느낌인지 많이 들었다. 감독님께도 많이 물어봤다"라고 말하며 남다른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유승호는 준성이라는 인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김동휘, 유수빈 두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동휘 배우 같은 경우 집중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웃음이 많고 유쾌한 현장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집중했다. 우리보다 동생이긴 하지만 건의라고 해야할까, 현장을 만드는데 건의를 많이 해주셔서 재밌는 장면을 만드는게 일조를 했다"며 말했다.
이어 "유수빈 배우 같은 경우 정말 에너지가 넘쳤다.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형으로서 말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기둥이 된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연기야 당연히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유승호는 2000년 12월 데뷔해 올해 22주년을 맞이했다. 현장의 대선배를 꼽으라면 단연 그였을 터. 그러나 유승호는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제일 어중간하고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나는 그냥 주어진걸 열심히 했다. 그냥 성향이긴 한데 연기를 할 때 내가 먼저 건의를 하기보다는 그걸 듣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기를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왜냐하면 상대가 편해야 나한테, 내가 연기가 편하게 나온다. 그래서 항상 좀 듣고 많이 따라 하려고 한다"라고 겸손히 말했다.
영화 '집으로'를 통해 유승호를 본 이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는 유승호의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도다. 카메라 앞에서 욕설도 처음 해봤고 성인만이 할 수 있는 흡연 연기에도 도전했다. 이제 '거래'를 통해 어른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그냥 아직도 성숙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집으로'라는 작품이 워낙 흥행이 잘됐고 이슈도 됐으니까 아직까지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스무 살 때는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피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 보면 나의 소중한 작품이고 저도 보다 보면 '너무 귀엽다' 할 정도로 예쁜 추억이에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어렸을 때는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기도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을 좀 비우고 당장의 작품, 롤에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있어요."
이어 '거래'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묻자 유승호는 "작품을 오픈하고 나서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다.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오지 않을까 했다. 놀랍게도 아무에게도 연락이 안 오더라. 너무 슬퍼서 내가 주변에 연락을 했더니 '8부까지 나오니까 몰아서 보려고 아끼고 있다'라고 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군대 선임이자 실제 친구가 있는데 6부까지 몰아서 봤더라. 딱 문자가 왔는데, 전라도에 있는 친군데 '워메, 연기 좋다' 이렇게 왔다. 너무 기분 좋더라. 왜냐하면 그 친구가 제 작품에 냉정하게 말하는 친구다. 새로운 시도나 열심히 한 게 보였다고 해줘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라고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유승호는 1993년 8월 17일 생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도, 만 나이로도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 살이 됐다. 그러나 그가 연기한 준성은 이제 갓 전역한 인물. 실제 나이와 다소 차이 있는 배역을 위한 노력을 묻자 "오히려 조금 꾸미지 않은 모습들이 준성이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머리도 좀 밀고 수염 자국들도 조금조금 보이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특별하게 준비한 건 없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입은 군복에 대해서는 "조금 어색했다. 올해부터 민방위를 시작해서 이제는 군복을 안 입는다. 옷장 구석에 넣어놨는데 오랜만에 군복을 입으니까 너무 많이 어색했다. 내 군복은 아니지만 '요즘은 이렇게 입는구나', '이런 명찰이 달리는구나'하고 재밌게 입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인터뷰의 끝무렵, 유승호는 또 한 번 군대 이야기를 꺼냈다. 아역배우 출신이기에 스스로 선택한 직업은 아니었지만, 군 전역 무렵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한 것 같다며. 그는 "군에 있을 때 TV를 보면서 나도 한 때 저 자리에 있었고 저렇게 멋있는 배우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좀 이상했고, 전역을 하면 다시 부딪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꿈이 경찰, 군인, 소방관 이런 직업군이었는데 경험을 해봤으니까. 배우를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딱 전역할 때 그 기점인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저의 30대는, 정말 사소한 것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거나 남들과 밥을 같이 먹는 이런 것들. 다른 분들께는 되게 쉬운 일이지만 저한테는 엄청난 도전이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안 해본 것들 계속 도전할 거고, 그래서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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