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침해"vs"근거없어"…남중국해 '선박 충돌' 中·필리핀 서로 맹비난

양측 이틀째 공방…마르코스 대통령 조사 지시
"중국이 진실 은폐" vs "필리핀이 경고 무시"

(서울=뉴스1) 박재하 권진영 기자 = 남중국해에서 중국 함정과 필리핀 보급선이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 공방을 벌인 양국 정부가 이틀째 날선 비난을 주고받았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레시타 다자 필리핀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적 절차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며 이날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황 대사가 부재중인 관계로 주필리핀 중국대사관 공관 차석을 불러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자 대변인은 "아융인 암초(세컨드 토마스 숄의 필리핀 명)는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 안에 있다"며 "필리핀은 이곳에 대한 주권과 관할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필리핀 대통령실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중국의 최근 위법 행위"를 조사하도록 해안경비대에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길버트 테오도로 국방부 장관 역시 선박 충돌 사건과 관련해 "중국이 진실을 고의적으로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며 확장주의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확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필리핀 선박이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마스 숄의 중국명)를 "침입한 것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며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도발과 근거없는 공격, 명예훼손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중국 해경선이 남중국해 주둔지로 이동 중이던 필리핀의 보급선과 충돌해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필리핀이 경고를 무시하고 침입했다며 이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건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 세컨드 토마스 숄(Second Thomas Shoal)에서 약 25㎞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에 좌초된 상륙함 '시에라 마드레'함에 해병대원을 주둔시켜 전초기지로 삼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재보급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중국은 시에라 마드레함 철수를 요구하며 계속 보급선 진입을 방해해 왔다.

최근 몇 달간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해역 침범 및 부표 설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근 베트남·필리핀·말레시아·브루나이·인도네시아 등과 분쟁 중이다. 상설중재판소(PCA)는 지난 2016년 중국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