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등 "공공의료 강화 없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빈말"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3. 10. 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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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발언 들어 "의사인력 부족 실사도 안됐는데 의대확대 추진? 졸속" 지적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後 내놓은 총선용 정책…실효성·진정성 없어"
"언론 통해 간보다가 증원규모 빼버려"…'코로나 전담' 지방의료원 방치도 비판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0월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최일선에서 대응했던 공공병원들이 경영적 위기로 붕괴 직전에 있다"며 감염병 전담병원의 지원기간 및 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제공


윤석열 정부가 향후 '단계적' 의사 증원을 포함해 국립대병원을 '빅5' 수준으로 육성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를 포함한 시민사회계는 "공공의료 강화 없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는 빈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의료계 반발 등으로 의대정원 확대 규모가 빠진 사실을 들어,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졸속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노동건강연대 등이 참여 중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3일 논평을 내고 "이번 대책에는 '의대생 실습 지원', '전공의 지역병원 수련' 같은 별 실효성 없는 정책만 있고, 의사인력 충원·의대정원 확대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단 자체가 틀렸다"며 "그 원인은 이 나라 의료가 거의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져 있고, 그 안에서 95%를 차지하는 민간 의료기관들의 무한 이윤경쟁에 의해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즉, 시장에서 '돈이 안 되는' 필수의료는 자연히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 5% 남짓인 공공의료를 최소 30% 이상으로 늘리는 획기적 정책이 있어야 작금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에 공공의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선 공약으로 울산의료원을 즉각 신설하겠다고 해놓고는 폐기해 버렸고, 심지어 코로나19 환자들을 전담하느라 병원을 통째로 내놓아야 했던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들을 고사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유행기간 확진자를 전담하느라 여타 환자를 받지 못해 불어난 적자로 '임금체불' 위기에 처한 지방의료원을 정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건노조 등은 '최대 6개월'에 그친 코로나19 전담기관 손실보상을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실제로 지난 19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 중 지방의료원 관련 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옮겨 지역·필수의료 거점으로 키우겠다며, 국립대병원의 인프라 첨단화와 인력 충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그나마 있는 것은 지방의료원을 국립대병원에 위탁하는 식으로 네트워크화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지방의료원을 더욱 시장화하는 결과만 낳는다. 이렇게 해서는 (정부의 말처럼) '넥스트 팬데믹'에도 대처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의 역량 강화' 방침에 대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나 이미 국립대병원들도 민간 병원들과의 경쟁으로 시장화가 많이 진행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국립대병원들이 연공서열식 보수체계로 생산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시장주의적 성과급 확대 같은 정책을 강화하려는 듯하다"고 경계했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공공정책수가'를 이용한 성과 보상은 "기존에 더 경쟁력이 있는 병원들이 더 성과를 낼 것이 뻔해" 쏠림 현상만 더 악화시킬 거란 분석이다.

국립대병원의 임금·정원 등의 규제를 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기타공공기관 해제'를 두고도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강화에 배치되는 이런 대책들은 필수의료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이들은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공란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의대정원 확대규모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대정원 확대 관련 수요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들어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돼온 문제 하나에 대해서도 아직 실사와 점검이 돼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이 대책이 졸속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언론에 (증원 규모) '1천 명', '3천 명' 등 분위기를 띄우며 소위 간보기를 하고는 의사협회가 반대하니 이번 발표에서 아예 빼버린 것"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봐 와서 익숙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정부 심판선거가 돼버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놀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치 책략적인, 새로울 게 거의 없는 총선용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책의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진정성' 있게 추진할 거라 보지도 않는다고 못박았다.

의료계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해당 진료과 수가 인상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해 "당시 이대목동병원에선 겨우 3명의 전문의가 미숙아 16명을 24시간 맡고 있었다. 심지어 사고날에는 당직을 서는 전문의가 없었다"며 "즉 의사와 인력이 인력이 부족해 일어난 사고"라고 밝혔다.

이들은 "결과를 원인으로 바꿔치기해 의사들의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려는 것인데, 이조차 특권 논란이 많은 쟁점"이라며 "전혀 인력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수의료과 수가 인상과 관련해서는 "한국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2020년 기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7배나 돼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수가 인상은) 의사들의 몸값을 올리고 필수의료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수가가 인상되는 결과를 낳아 건강보험 재정만 축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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